매일신문

[경북 농업, FTA 파고를 넘자] <8>지속가능한 경북 축산업을 위해

우량 품종 키우고 축산 마케팅 UP 구제역 청정지로!

축산업은 경북 농촌의 든든한 한 축이다. 한우 사육은 전국 1위 규모다. 현재 경북지역 2만9천 농가에서 한우 63만1천 마리를 기르고 있다. 경북지역 돼지와 닭 사육 마리 수도 각각 전국 3위 규모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생산액 규모로 따지면 축산업은 경북 농촌의 가장 큰 기반이다. 2009년 기준으로 경북 농림업 전체 생산액 41조4천억원의 39%인 16조5천억원을 축산업이 차지했다. 특히 농업 생산액 10대 주요 품목에 한우'돼지'닭'우유'계란 등 축산물이 대거 들어갈 정도로 농촌의 탄탄한 수입원이다.

그런 만큼 우려도 크다. 자유무역협정(FTA)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 축산 분야에서는 경북이 전국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FTA 시장 개방 확대로 도전에 직면한 경북 축산업

정부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15년차 경북 농축산 분야 생산 감소 예상액은 5천405억원으로 전국의 35%를 차지한다. 여기서 축산 분야가 3천20억원으로 경북 농축산 분야 전체의 55.8%를 차지한다. 전국에서도 경북에, 경북에서도 축산업에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

쇠고기는 시장 개방에 따른 사회적 민감도가 높은 품목이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은 촛불시위를 촉발한 주요 원인이기도 했다. 미국'EU와는 이미 FTA를 체결했고, 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과는 FTA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들 세계 주요 쇠고기 수출국과의 시장 개방 절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우에 비해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돼지고기의 피해도 만만찮다. 특히 한-EU FTA 발효 15년차 돼지고기 생산 감소 예상액은 828억원으로 한우(280억원)의 3배가 넘는다.

이 밖에도 닭고기와 유제품을 비롯한 축산물 품목 전반에 걸친 생산액 감소가 예상된다. 축산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가공'유통'판매 등 전후방 산업과의 연계성이 높다. 따라서 관련 산업 전반에 걸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축산물 마케팅 역량 키워야

결국 경쟁력 강화가 답이다. 하지만 단순히 축산물 품질만 높인다고 될 일은 아니다. 생산부터 가공'유통'판매는물론 품질 관리까지 전 단계에 걸쳐 상품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경상북도는 올해 다양한 축산 정책을 추진한다.

우선 브랜드 축산물 경영체를 육성한다. 브랜드육을 생산 및 유통하는 경영체의 규모화'내실화'차별화를 지원해 브랜드육의 마케팅 역량을 키우고, 판로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구매 욕구와 신뢰가 집중되는 매개체가 바로 브랜드이기 때문에 앞으로 상품성을 강화하려면 필수 조건이라는 얘기다. 경북도는 2017년까지 경북지역 전체 한우 사육 두수의 60%, 돼지 사육 두수의 80% 이상을 브랜드육으로 유통시킨다는 계획이다.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 도축가공업체도 늘린다. HACCP는 국제적으로 식품 위생 및 안전을 인증한다. 그래서 FTA 시대 농축산물 유통에 필수 요소가 됐다. 경북도는 도축장 시설 현대화 등을 통해 도축장은 HACCP를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축산물가공장 등에 대해서는 HACCP 적용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우량 송아지 공급 기반도 갖춘다. 미국과 호주 등 세계 주요 쇠고기 수출국들과 FTA를 체결했거나 앞두고 있고, 이에 대응해 한우 품질 고급화를 위한 우량 송아지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경북도는 경매시장에서 우량송아지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기존 경매시장 시설 현대화도 지원한다.

◆우량 품종 확보하고, 구제역 청정국 지위 얻어야

우량 품종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필수적이다. 경북도는 1등급 이상 한우 출현율을 현재 62.5%에서 2017년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북도 축산기술연구소는 올해 우량 한우 생산기반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방산 첨가제를 활용한 암소 번식능력 개선 기술과 우량 암소 조기 선발을 위한 DNA 마커(Marker) 등을 개발해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할 방침이다.

또 한우'흑우'칡소 등 전통 한우 품종의 유전적 특이성도 발굴한다. 최근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서 외국 품종이 무분별하게 수입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외국 품종에 대한 종속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통 품종을 보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환경 관리도 중요하다. 올해 5월이 목표인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 회복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청정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 축산물 수출이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11년 4월 영천시 금호읍의 한 양돈농가에서 돼지 83마리를 살처분한 것이 마지막 구제역의 흔적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구제역 발생국 ▷백신접종 청정국 ▷백신 금지 청정국 순으로 국가별 구제역 등급을 나눈다. 가장 높은 등급인 백신 금지 청정국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청정지역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현재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축산물 소비국가 대부분은 백신 금지 청정국이다. 이들 국가에 축산물을 수출하려면 수출국도 같은 백신 금지 청정국이어야 유리하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올해 백신 접종 청정국 지위를 회복한 다음 2016년 백신 금지 청정국 지위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비용 절감 위해 조사료 자급 필수

다른 농산물과 마찬가지로 축산물도 비용 절감이 경쟁력 강화의 한 방법이다. 최근 한우농가의 화두는 조사료다. 조사료는 목초, 건초, 사일리지, 옥수수, 파 등 에너지 함량이 적은 섬유질 사료를 말한다. 소처럼 반추위를 가진 가축은 배합사료 말고도 생리적으로 반드시 조사료를 일정량 섭취해야 한다. 이 조사료를 수입하지 않고 국내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자급하면 그만큼 한우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또 국내산 조사료는 수입 건초보다 영양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도는 한우 사육 규모는 전국 1위지만 조사료 생산량은 전국 1위인 전남(전국의 30.3%)의 4분의 1(7.9%)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조사료 재배면적을 확대하는 노력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경북도는 2012년 19개 지역 축협이 참여해 62㏊에 이르는 조사료 재배단지를 조성했다. 이후 지난해 벼 입모중 파종을 한 이탈리안 라이그라스(IRG) 조사료 수확에 성공했다. 벼 입모중 파종이란 가을걷이 전에 논에 벼가 서 있는 상태에서 조사료를 파종하는 것이다. 가을걷이 후에 조사료가 본격적으로 자라나고, 다음해 벼농사 시작 전에 조사료를 수확할 수 있다. 즉, 겨울철에 쉬는 농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일반 농가의 부가소득도 높여줄 수 있는 것이다.

경북도는 2017년까지 도내 조사료 재배면적을 4만㏊까지 확대해 자급률 100%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사업비 336억원을 투입해 농가에 조사료 관련 기계'장비를 지원하고, 조사료 유통 기반 및 품질평가 시스템을 확충할 방침이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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