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에 질 게임들을 미리 져두려고 그러나 봅니다. 하하하. 원래 우리 팀 스프링캠프가 좀 더뎌요."
삼성 라이온즈는 올해 오키나와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했다. 27일 아카마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도 4대10으로 내줬다. 한신'라쿠텐'니혼햄'요미우리 등 일본 팀과의 4경기, SK'LG 등 국내 팀과의 3경기에서 거둔 성적이 1무6패다.
하지만, 삼성 류중일(51) 감독은 조급해 보이지 않았다. 정규 리그와 한국시리즈 3연패를 사상 처음으로 동시 달성한 감독다운 여유였다. 그렇다고 4연패를 장담하지도 않았다. 다른 구단들의 전력 상승으로 어느 해보다 치열한 4강 다툼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류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마운드에 있었다. "우리 팀이 올해 우승하려면 투수가 더 보강돼야 합니다. 윤성환'장원삼'배영수'밴덴헐크로 이어지는 선발과 마무리(안지만)는 정했는데 우완 셋업맨이 아직 고민입니다. 김현우'김희걸'이현동이 후보인데 더 두고 봐야죠. 차우찬은 선발과 중간계투를 오가는 '조커'로 쓸 생각입니다. 마무리로 돌아설 가능성도 물론 있고요."
류 감독에게는 새 외국인 투수 제이디 마틴의 갑작스러운 부상도 악재다. 마틴은 이날 러닝훈련 중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쳐 일본 현지 병원에서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재활을 거쳐 등판하려면 최소한 5월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류 감독은 타선의 키 플레이어로는 이승엽과 야마이코 나바로(도미니카공화국)를 꼽았다. "승엽이가 경기 초반에 홈런을 치면 편하게 경기를 끌고 갈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이름값을 못했는데 올해는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어요. 몇 번 타순에 넣을지는 아직 안 정했습니다. 나바로도 변수가 될 겁니다. 그가 얼마나 잘 해내느냐에 따라 팀 승패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클린업 트리오' 박석민'최형우'채태인은 계속 잘해 주리라 믿고 있고요."
'가을 야구'에서 만날 팀을 예상해달라는 질문에 류 감독은 롯데'넥센'NC라고 답했다. LG도 전력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사실 올해 팀 간 전력 차이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반면, 우리는 오승환과 배영섭이 빠졌고요. 초반에 뒤처지기 시작하면 시즌 막판에 뒤집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팀들도 용병들이 얼마나 잘해주느냐가 관건이 될 듯합니다."
류 감독에게는 4연패 못지않게 무거운 짐이 또 있다.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지휘봉을 잡아 금메달을 따야 하는 '숙제'이다. 그는 지난해 3월 대만에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도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2라운드 진출 실패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당연히 우승해야죠. 그런데 지난번처럼 한번만 지면 끝이어서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우리 팀에서도 차우찬'김상수'정형식'심창민 등이 금메달을 따 병역 혜택을 받으면 좋겠지만, 배려보다는 경쟁력 위주로 뽑을 계획입니다."
선수들의 훈련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며 일어선 류 감독은 "대구의 새 야구장이 건립 전이라 여전히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팬들이 많이 찾아와 응원해주셔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며 대구시민들의 애정과 관심을 부탁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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