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고지 잃은 고속버스, 불법 주·정차 언제까지…

동대구복합환승센터 공사, 금호고속터미널 사라져 주변도로에 마구잡이 정차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 내에서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한 고속버스들이 동대구로에 불법 주차돼 있다. 서광호 기자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 내에서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한 고속버스들이 동대구로에 불법 주차돼 있다. 서광호 기자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 일부가 동대구복합환승센터(환승센터) 건립 부지에 편입됐지만 대체부지 미확보로 차고지를 잃은 고속버스들의 불법 주정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터를 내준 고속버스업체가 다른 업체 터미널에 '셋방살이'를 하면서 터미널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게 어려워졌고, 이 탓에 주변 도로가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환승센터 건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공사차량까지 더해져 이 일대는 극심한 교통 혼잡이 예상되고, 주'정차한 차들로 운전자의 시야가 가려질 수 있어 시민안전까지 위협받을 우려가 높다.

26일 오전 대구 동구 동대구로 동부소방서 맞은편 도로. 고속버스들이 5차로 중 가장자리 1개 차로를 점령하고 있었다. 이 도로 200여m 구간에 주차된 고속버스만 7대로 환승센터에 편입된 금호고속버스터미널을 이용하던 버스들이었다. 동대구역네거리 횡단보도까지 진을 친 이들 고속버스가 길을 건너는 행인을 가려 이곳을 지나는 차들이 갑자기 나타난 행인에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는 상황도 수시로 빚어졌다.

27일 오후 다시 찾은 동대구로. 여전히 고속버스 5대가 도로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MBC네거리에서 동대구역 방향으로 운행하던 814번 시내버스가 승강장에 주차한 고속버스 탓에 도로 한가운데 멈춰 승'하차객을 맞았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1개 차로를 가로질러서야 인도에 도달했다. 도로에 차를 세운 고속버스 운전자는 "터미널 내 공간이 부족하고 차를 대기도 어려워 출발시각까지 잠깐 도로에 차를 세웠다"고 했다.

이는 환승센터에 편입된 금호터미널이 지난달 22일부터 업무를 중단하면서부터 반복돼 일어나고 있다. 남은 3개 터미널이 금호터미널 이용 버스까지 수용(8개 노선)하게 되면서 운행 횟수가 크게 늘고 주차공간이 부족해진 게 원인.

하루 191회 운행하던 한진터미널은 대구~울산, 대구~청주 노선까지 떠안아 46회가 추가됐다. 110회이던 중앙터미널도 대구~광주 노선 24회가 더해졌다. 대구와 의정부, 목포, 순천, 경주, 부산 등을 연결하는 노선을 받은 동양터미널도 44회가 추가돼 하루 운행횟수가 134회로 증가했다.

금호터미널의 차량 수용능력은 주차 45대와 승하차 6대 등 모두 51대였다. 이는 4개 터미널 중 가장 많은 수다. 한진터미널은 50대(주차 30대, 승하차 20대), 동양터미널도 50대(22대, 28대)다. 중앙터미널은 32대(16대, 16대)를 수용할 뿐이다. 132대를 수용하던 3곳 터미널이 51대를 더 수용하게 된 셈이다.

터미널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지만, 주변에 주차할 곳이 마땅찮아 불법 주정차로 이어지고 있다. 한 고속버스 기사는 "환승센터가 완공되면 그곳으로 들어가게 돼 업체가 굳이 주차공간을 확보하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환승센터 공사가 본격화하면 불법 주정차 차량에다 각종 공사차량까지 더해져 이 일대가 더 큰 혼잡을 빚게 되고, 이는 완공 때까지 3년 가까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구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금호터미널의 노선을 없앨 수도 없고, 몇 년 뒤 환승센터가 마련되기 때문에 대체부지 마련을 강요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구청 등과 협의해 대책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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