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 것은 별로 없어요. 교사들 스스로 변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노력한 결과죠."
대구고등학교가 최근 괄목할 만한 진학 성과를 거둔 가운데 학교의 변화를 주도한 이용도 교장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고의 2014학년도 수도권 대학 수시모집 합격자는 52명. 전년도 합격자가 5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대구고는 도심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는 남구에 자리한 탓에 교육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은 학교다. 자율형 공립고여서 매년 2억원 안팎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이 같은 변화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제자리걸음인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고가 약진하고 있는 비결을 두고 교사들은 이 교장의 역할이 컸다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교장은 손사래를 치면서 교사들에게 공을 돌린다.
"하나부터 열까지 교장이 결정하면 안 돼요. 교사들을 믿고 맡겨야 합니다. 그래야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요. 교장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챙기다 보면 교사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변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게 되죠. 이번 성과도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한 덕분입니다."
이 교장은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그 스스로 교장이 망가져야 학교가 잘 굴러간다고 농담을 던질 정도다. 교사들이 결재 서류를 들고 교장실을 찾을 때 이 교장의 맞은편 의자에 앉지 않으면 서류에 도장을 받지 못한다. 이 교장은 교사들과 얼굴을 맞대고 눈높이까지 맞춰가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장이 모교인 대구고에 부임한 것은 2010년 9월. 당시만 해도 학교에서 활기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학생들의 자존감은 높지 않았고 도전 의식도 별로 없었다. 이 교장은 수업과 의사 결정 과정에 변화를 줬다. 그는 도쿄대 사토 마나부 교수가 주창한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도입했다.
"이 수업 방식은 학생이 수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죠. 교사와 묻고 답하고, 학생들끼리 서로 도와가며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수업이 활력을 되찾았어요. 수업도 공개해 누구나 사전 허락 없이 참관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게 했습니다."
교장이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전달하는 게 아니라 교사들이 워크숍을 거쳐 정리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식으로 의사 결정 구조를 바꿨다.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화했다. 수학경시대회 등 교과별로 10여 개의 교내 경시대회를 진행하고 학술동아리 활동을 장려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학교에는 생기가 돌고 진학 실적도 부쩍 좋아졌다.
이 교장이 변화를 꿈꾸는 학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경쟁이 아니라 협동으로 승부하라'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학생부를 작성할 때도 담임, 교과 교사들이 함께합니다. 회의실 벽에 설치된 스크린에 한 학생의 자료 파일을 띄워 놓고 의견을 나눈 뒤 정리하죠. 담임교사 혼자 처리한 학생부보다 훨씬 깊이 있는 내용이 담겨요. 학생들도 아는 것을 서로 나누게 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다져요. 그게 바로 우리 학교의 경쟁력입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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