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특별감찰 안 받겠다는 국회의원들의 '입법 폭력'

사익 추구에서 우리 정치권은 여야가 따로 없다. 여야는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 설치 법안을 합의 통과시키면서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에 판'검사와 함께 국회의원을 빼버렸다. 공직 부패의 척결을 위해서는 국회의원도 특별감찰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었으나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형식논리를 끌어대 무시한 것이다. 후안무치한 특권 의식의 발로요 무소불위의 입법권 남용이다.

공직 부패 척결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 부패지수에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라는 사실은 이를 잘 말해준다. 이렇게 부패가 만연하게 된 데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크게 기여(?)했다. 그런 만큼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국회의원은 특별감찰을 자청했어야 함에도 삼권분립이란 희한한 이유를 내세워 자신들을 쏙 뺀 것은 부패 척결의 무풍지대에 남아 부패의 단맛을 계속해서 빨겠다는 얘기다.

이런 뻔뻔한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여야는 지난해 정기국회와 임시국회에서 '부정 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 충돌 방지법 제정안'(일명 김영란법)을 통과시키지 않은 데 이어 올해도 적극적인 처리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 법은 국회의원도 적용을 받는다. 특히 '부정 청탁 처벌' 조항은 이권이나 인사 청탁에 맛 들인 정치인을 옥죄기에 충분하다.

국회의원들의 이 같은 사익 추구 행위는 국회의원의 이익이나 신상 문제에 대해서는 입법권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사익 추구를 위한 법을 만들거나 사익 추구를 차단하는 법률을 무력화하는 '입법 폭력'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이익과 관련된 제도는 관련 전문가들이 개선안을 마련해 구속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적 현안이나 제도 개선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될 때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구성해 공론화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 내는 일본의 '유식자(有識者) 회의'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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