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5세 모유수유 전도사 "대구 산모 젖 안 먹여요"

이옥기 씨 대구한의대서 박사 학위 300명 조사 전국 평균 못 미쳐

이옥기 씨가 모유수유에 대한 박사 학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옥기 씨가 모유수유에 대한 박사 학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모유수유는 영유아와 산모 건강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 등으로 우리나라 모유수유는 현저히 낮은 편입니다. 특히 대구 산모들의 모유 수유율은 24.6%로 전국(31%) 평균에도 뒤집니다."

최근 청소년들의 왕따와 욕설, 자살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인성함양이 교육의 중요지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성함양의 출발은 어디서부터일까?

올해 75세의 이옥기 씨는 인성함양의 단초를 영유아기 모유수유에서 찾고 산모 모유수유 실천율을 높이기 위해 대구 지역 산모 300명을 설문조사해 그 결과를 논문으로 제출, 이달 20일 대구한의대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병원에서 출산 후 산모와 영아가 모자동실 사용이 많을수록, 또 모유수유 교육을 남편과 함께 받을수록 모유수유 실천율이 높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 씨의 모유수유에 대한 관심은 간호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후 35년간 조산원을 운영하며 3만5천여 건의 분만 경험도 한몫을 했다. 우리나라는 1982년 모유 수유율이 69%였다. 그러던 것이 2000년 10.2%로 꾸준히 떨어진 후 2006년 24.2%로 차츰 증가세에 있다. 그러나 WHO 자료에 나타난 유럽과 호주 등 선진국의 90%에 육박하는 비율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진다.

이 씨는 모유 수유율 하락의 원인을 ▷여성 사회진출 증가 ▷유방과 유즙 부족 ▷분만병원의 모유수유 권장 미숙 ▷모유보다 우유 먹이기의 편리함 ▷매체를 통한 분유회사의 과대광고 효과 등으로 꼽았다.

"UN이 정한 기준은 모유수유 기간을 2년으로 합니다. 하지만 최소 4개월에서 6개월 모유수유를 해야 기본적인 면역과 체력이 생깁니다. 또 수유하는 동안 엄마와의 스킨십과 심장박동소리에 의한 정서적 안정도 인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국가는 출산장려만 할 것이 아니라 모유수유도 열심히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씨의 연구에 의하면 나자마자 분유를 먹인 영유아의 경우 성격이 거칠고 아토피, 천식, 당뇨 등 성인병 발병도 증가한다.

논문을 위해 대구지역 산부인과 병원 등을 직접 방문했던 이 씨는 분만 후 모유수유에 대한 교육 부족과 비전문가 위탁 교육 등이 오히려 모유수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모유수유 지식 1개가 제대로 전달될 때마다 그 실천율은 1.28배 증가함에도 많은 산모들이 분유를 선호하는 까닭은 젖병으로 분유를 먹이면 우선 영아가 먹는 양을 눈으로 확인가능하고 또 배불리 먹이려는 엄마의 욕심이 모유수유를 꺼리는 작용도 한다.

이 씨는 이 같은 잘못된 산모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직장, 사회, 국가 차원에서도 보다 많은 수유실 마련과 산모와 아기 모두 편하게 수유하고 먹을 수 있는 공간 제공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모유수유는 미래의 국민 건강 지수에도 아주 중요한 지표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그는 팔순을 바라보면서도 의료인으로서 강의와 책자를 마련해 모유수유 홍보와 자원봉사에 힘쓰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우문기 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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