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부당한 내부거래 수단으로 악용돼 온 조세회피처를 통한 우회투자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세회피처를 근거지로 한 외국인 투자자,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외국인을 가장한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다는 실증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양철원 단국대학교 교수는 최근 발표한 '조세회피처 외국인 거래의 주가 예측력' 논문을 통해 케이만아일랜드,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주가 예측력이 상당히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양 교수는 지난 2005년부터 2009년 사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거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나 펀드를 만들어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실제로는 국내 기업의 내부 정보를 가진 한국인인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
구체적으로 양 교수는 조세회피처에 근거를 둔 투자자들이 사들인 581개 종목을 추적 분석한 결과 이들의 순매수 금액이 높은 종목일수록 국내 증시에서의 실제 수익률이 좋았다. 조세회피처 투자자의 순매수 금액이 높은 종목군을 사들이고 낮은 종목군을 공매도하는 전략으로 주식투자를 했을 경우 매달 5.6%가량의 높은 초과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양 교수는 이들의 거래는 내부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들의 신분은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의 기업 내부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세회피처 투자자들의 주가 예측력은 외국인 지분율이 낮은 주식이나 유동성이 낮은 주식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정한 조세회피처 35개국 가운데 국내 주식 거래를 활발히 하는 곳은 케이만아일랜드, 버뮤다, 바하마, 미국령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5개국이다.
특히 케이만아일랜드는 2004년 말 투자자가 780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 2천907명으로 투자자 수가 9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양 교수는 정부의 감독강화와 관련 제도 정비를 주문했다.
유광준기자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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