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벌소유주들의 수난사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를 이유로 그동안 관용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법원이 이들의 무책임한 범법행위에 잇따라 실형선고를 내리고 있다.
정부 역시 경제민주화와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며 대기업들의 관행적인 불법을 더 이상 눈감아주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여기에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수준도 높아져 물의를 일으킨 재벌총수들의 자숙방식도 강력해지고 있다.
지난달 법원의 최종판결에 따라 징역 4년과 3년 6월을 복역하게 된 최태원(54) SK 회장과 동생 최재원(51) 수석부회장이 그룹 내 계열사에서 맡고 있는 모든 등기이사·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 현재 최 회장이 등기이사직을 맡고 있는 계열사는 SK㈜, SK이노베이션, SK C&C, SK하이닉스이고, 최 부회장은 SK E&S 대표이사직과 SK네트웍스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등기이사직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해당 계열사 이사회에 전달했다고 4일 밝혔다. 실형복역에 따라 실질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어려워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SK관계자는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중이 아니겠느냐"며 "당분간 그룹운영이 비상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역시 오는 21일로 임기 만료되는 CJ CGV, CJ E&M, CJ 오쇼핑의 등기이사를 다시 맡지 않을 예정이다. 다른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들 그룹 총수들의 등기이사 사퇴는 개별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이에 따라 두 그룹에 대한 경영은 당분간 전문경영인에 의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재벌총수들의 잇따른 부도덕 경영이 법원의 철퇴를 맞으면서 오너경영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선 일부 재벌소유주들의 범법행위일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나아가 사상 최대 규모의 사내유보금을 활용해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총수경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CJ그룹 관계자는 "재벌총수들의 범법행위 대한 정부의 입장과 사회적 분위기가 매우 엄격해졌다"며 "일단 일이 터지고 나면 웬만한 자숙으로는 만회가 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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