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오페라오케스트라(DIOO)가 해산 위기에 봉착했다. 단원들의 고용 환경이 안정되지 못하고 계속적인 경영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어이없는 실수로 대구문화재단이 지원하는 상주기관 육성사업 심사에서도 탈락했기 때문이다. DIOO를 이끌어온 박은지 음악감독은 "희망도, 비전도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단원들에게 희생만을 강요하기는 힘들다"며 "오페라재단이 설립되면 DIOO 역시 안정화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갖고 지금껏 인내해 왔지만, 이제 더 이상 버틸 이유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문제는 오페라 공연은 줄줄이 대기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대구시도, 오페라재단도, DIOO도 당장 해법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상주단체 탈락
DIOO는 최근 대구문화재단이 공모한 공연장 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에서 탈락했다. DIOO는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의 기여도 등을 감안해 상주단체 선정이 당연시됐지만, 신청 시스템에 서류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마감시간을 넘기는 바람에 접수 자체를 하지 못해 자동 탈락했다.
사실 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은 공연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책임을 지고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사항이다. 하지만 DIOO와 오페라하우스 측 모두 대구문화재단이 보낸 공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바람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DIOO는 올해 1억1천150만원의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오페라재단 측은 "책임을 통감하며 DIOO를 지원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하우스에 확보된 예산 1억2천만원을 통해 DIOO가 활동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박은지 감독은 "그 예산은 이런 사고가 벌어지기 이전부터 DIOO 지원자금으로 예정돼 있던 것으로 사고에 대한 보상이 되지 못한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희망도, 비전도 없다
하지만 이번 공연장 상주단체 탈락 문제는 DIOO 해산 원인에 있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DIOO의 전신인 DOFO 시절부터 9년을 이어온 오케스트라가 해산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희망도, 비전도 없다'는 것이다.
오페라재단이 설립되면서 DIOO 단원들은 극장 전속 상설 오케스트라가 되어 일부 단원이라도 고정적인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상임단원이 될 수 있기를 희망했지만, 대구시와 오페라재단은 "재정 사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3년 동안으로 지원기간이 한정돼 있는 사회적기업 2년차를 맞이하면서 40명 직원들의 급여 지원금이 60%로 줄어든 것도 큰 경영압박의 요인이 됐다. 3년차인 내년에는 50%로 더 줄어들 예정이다. 현재 DIOO 단원들은 연간 70회에 달하는 힘든 연주 스케줄을 감당하면서도 월 급여가 100만원이 겨우 넘어서는 열악한 상황에서 연주를 계속하고 있다.
박 감독은 "발전 비전은커녕 존립 가능성조차 점칠 수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단체를 끌고 가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홀대받는 DIOO
더구나 오페라재단이 DIOO를 홀대하는 분위기도 해산에 큰 원인을 제공했다.
5월 22~24일 공연될 '세빌리아의 이발사' 연주를 대구시립교향악단에 맡기겠다는 이야기가 불거지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기간 동안 공연됐던 '토스카' 작품에서도 DIOO가 아닌 대구시향 단원들에게 연주를 맡기겠다는 이야기가 나와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감독은 "DIOO는 오랫동안 오페라 반주에만 특화된 운영으로 오페라 반주에 있어서만큼은 최고임을 자부한다"며 "오페라재단이 설립되고 첫 작품부터 대구시향에 반주를 맡기겠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오는 데 대해 서운함을 넘어 절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현재 DIOO가 없으면 당장 오페라 공연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구시향은 정기 연주가 많다 보니 오페라 공연과 스케줄을 맞추기도 어려운데다 2, 3주 이상 소요되는 연습시간을 할애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주 1개 작품씩 7개 작품을 무대에 올려야 하는 올해 오페라 축제의 경우 DIOO만큼 어려움을 감수해가며 성심껏 연주해 줄 오케스트라를 찾기란 힘든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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