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말부터 중국은 경제성장에만 매달렸다. 덩 샤오핑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경제성장)만 잘 잡으면 그만이라는 흑묘백묘론을 들고 나온 이후다. 여기엔 공산주의든 사회주의든 인민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덩 샤오핑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경제성장과 환경 문제는 여전히 동전의 양면이다. 중국은 이미 2007년에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으로 변했다. 에너지 소비량 역시 세계 1위다. 고도성장은 어김없이 환경오염을 불러온다. 오늘날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20개 도시를 들라 하면 그중 16개는 중국의 도시다.
국제사회의 비난도 거세졌다. 그러자 중국은 2000년대 후반 들어 녹묘(綠猫)론을 들고 나왔다. 아무리 쥐를 잘 잡더라도 녹색이 아니면 소용없다는 뜻이다. 녹색은 깨끗하고 세련된 이미지다. 진정한 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환경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녹묘는 없었다. 지난주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동북부는 최악의 스모그를 경험했다. 지난달 20일부터 베이징 시내 전역을 덮은 독성 스모그의 평균치는 세계보건기구 권장치를 16배 이상 초과했다. 25일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이 발표한 베이징의 초미세먼지는 WHO 권장치를 18배 이상 웃돌기도 했다. 이런 스모그가 1주일간 지속되다 27일 비가 내린 후에야 말끔히 걷혔다. 녹묘론을 주장해 온 중국이 머쓱해진 것은 물론이다.
급기야 중국 리커창 총리는 어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서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과거 가난과의 전쟁을 벌였던 것처럼 오염에 대해서도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리 총리는 스모그 문제에 대해 "조방형(粗放型'자본과 노동을 적게 들여 큰 규모의 농장 혹은 공장을 운영하는 것) 성장 방식에 대한 대자연의 경고"라고 했다.
때맞춰 중국은 스모그 제거용 신형 무인기에 대한 시험 비행에 나선다. 최고 700㎏의 스모그 제거용 화학물질을 실은 패러포일 무인기(낙하산이 달린 무인기)를 띄워 스모그를 잡기로 했다. 여기 실린 화학물질이 대기 중 오염 물질을 얼려 땅에 떨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무인기가 녹묘 역할을 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중국이 '스모그와의 전쟁'에서 이기길 바랄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입는 피해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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