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령 700년'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代 잇는다

같은 종류 나무에 접붙여 국립산림과학원 표본 채취…100% 어미목 유전자 보존

길안면 용계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175호)
길안면 용계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175호)

안동에서 자라는 수백 년 수령의 천연기념물 노거수들에 대해 후계목 육성을 통해 유전자원을 보존한다. 안동시는 국립산림과학원, 문화재청과 함께 길안면 용계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175호)와 녹전면 사신리 느티나무(천연기념물 제275호)의 DNA를 추출, 복제나무인 후계목을 키우기로 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를 위해 이달 4일 용계리 은행나무와 사신리 느티나무 유전자 보존작업에 필요한 가지 표본을 채취해 갔다. 표본용 가지는 산림과학원이 키우는 같은 수종의 대목(代木)에다 접(接)을 붙이는 방법으로 후계목을 키워내 우량 유전자를 보존하게 된다. 30~40㎝의 크기로 접목된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는 5~10년 정도의 적응과 안정화 기간을 거쳐 두 어미목과 100% 같은 유전자를 가진 후계목으로 성장하게 된다.

수령 700년의 길안면 용계리 은행나무는 높이 37m, 흉고직경(가슴높이 둘레) 14.5m에 달한다. 조선 선조 때 훈련대장이었던 탁순창(卓順昌)이 낙향한 후 이 나무를 보호하려고 뜻있는 사람들과 '행계'(杏契)를 조직해 해마다 7월에 이 나무 밑에서 하루를 즐겼다고 한다.

탁 씨 후손들은 아직도 이 나무를 관리하고 있으며, 매년 한 번씩 간단한 제를 올리고 있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 밑부분의 속이 썩고 윗부분에도 썩은 가지를 통해 빗물이 유입돼 나무가 상하기 시작했다. 1982년에 한 차례 외과수술을 했으며 임하댐 건설로 이 나무의 9m 정도가 잠길 위기에 놓이면서 1990년부터 3년 가까이 걸려 15m 높이의 흙을 쌓아 올리고 나서 옮겨 심었다.

녹전면 사신리 느티나무도 수령 600년 정도로 높이 30m, 흉고직경 10m의 노거수다. 마을의 수호신으로 신성시하며,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온 마을 사람들이 나무 밑에 모여 새해의 행운과 풍년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내고 있다.

이들 노거수는 역사적 의미는 물론 향토문화적 가치, 노거수로서의 생물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용계리 은행나무는 1966년, 사신리 느티나무는 1982년에 각각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홍경락 박사는 "접목을 통해 어미나무와 100% 같은 유전자를 가진 후계목을 육성해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안동시와 국립산림과학원, 문화재청은 이들 노거수와 같이 소중한 천연자원이 유지'보존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보존관리 체계 구축을 하는 한편, 적극적인 유전자 보존을 위해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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