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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발자취·열정 담았죠"…팔순에 첫 수필집 펴낸 황보장 옹

40년간 틈틈이 쓴 80여 편 묶어 오롯한 사모곡·고향 풍경 등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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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달콤한 젖 냄새 나는 어머니의 젖가슴에 한 번 푹 파묻혀 안겼을 때의 그 행복했던 순간…' '어머니의 정신력이 점점 쇠퇴되어가는 느낌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도 동네 사랑방에 어머니를 모셔 드려야겠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의 소리인가. 남들은 그렇게도 싫어하는 가시밭길을 자넨 어이 그리 쉽게 택하여 이렇게도 일찍 가버리는가.'

어머니에 대한 사모의 정과 형보다 일찍 세상을 등진 동생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이 오롯이 담긴 이 글의 지은이는 올해 팔순의 황보 장 옹.

살아온 날이 긴 사람일수록 너나없이 지난 일들을 회상할 때 가장 먼저 뇌리에 선명하게 기억되는 것은 바로 가족이며 그중 특히 '어머니'가 아닐까 싶다. 황보 옹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순수 아마추어 글쟁이'로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틈틈이 쓴 수필, 기고문, 기행문을 모아 '삶새는 이러 저러 하더라'란 책을 펴냈다.

"'삶새'는 삶의 모양새란 뜻입니다. 잘 쓰던 못 쓰던 간에 취미 삼아 지난 40년간 착상이 떠오를 때마다 쓴 글을 모은 이 책은 어쨌든 제 생애에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그가 쓴 글 82편과 부인(정정희) 글 5편, 해외 기행문 5편으로 짜였다. 황보 옹은 일본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때 가족이 황보 씨 집성촌인 영천 화남면 구전리로 옮겼다. 이곳에서 그는 동생들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시는 모두 어려웠던 시대였지만 어머니의 교육열 덕분에 남동생과 제가 교육의 혜택을 입었고 그 덕에 33년간 교직 생활을 무탈하게 끝낼 수 있었습니다."

책에 어머니에 대한 글이 3편이나 있는 것은 서문에서 밝혔듯 '내가 존재하는 한 어머니를 언제나 존경한다'는 사모의 마음을 담은 것이라 했다.

그가 글쓰기를 취미로 하게 된 계기는 대학 시절 전공한 사회학 덕분이다. 사회학은 특히 리포트가 많았고, 이 때문에 장문의 글을 쓰면서 스스로 글쓰기의 재미를 터득하게 됐다고 했다. 글의 소재는 대부분 가정, 고향, 사제지간, 자원봉사, 농촌과 도시생활, 삶의 애환 등이다.

"대학 다닐 때 가장 감명 깊었던 책은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이란 역사책이었죠. 그 책을 읽으면서 개인과 사회, 역사와 국가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열정을 지니게 됐고 지금도 열정만큼은 젊은이 못지않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던 참에 그동안 써왔던 빛바랜 원고들과 최근의 글을 그냥 썩히려니 아까워 이번에 시대별로 정리해서 '처녀작'을 출간하게 된 것이다. 그의 책 표지엔 책명 외 마치 그의 삶의 경구인 듯한 글귀인 '창조적인 소수자가 세상을 이끌어 간다'고 적혀 있다. 그는 이 경구를 삶의 지표로 살아왔다고 했다.

"매사는 언제나 상대적입니다. 늙음을 달리 보면 그만큼 살아왔던 열정의 궤적이 그려집니다. 반대로 젊음도 시대적 중압감에 눌려 주저앉아 버리면 남아 있는 그 많은 날들의 의미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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