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원 예비후보 A씨의 선거사무실은 'A씨의 안방'이다.
올 초 출마 결심을 굳히고 선거사무실을 차릴 장소를 물색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한 탓이다. 결국 A씨는 지난달 말 자신의 집을 선거사무실로 등록했다.
A씨는 "상대 후보가 교차로 건물에 큼지막하게 현수막을 걸어둔 것을 볼 때면 울화통이 치민다"며 "딱히 홍보 방법도 없고 해서 명함만 돌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6'4 지방선거 후보자들 사이에서 '선거사무실 구하기 대란'이 벌어졌다.
공직선거법상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후보자는 선거사무실 외벽에 대형 현수막, 간판 등을 내걸 수 있다.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후보자에게 선거사무실은 좋은 홍보수단인 셈이다. 이 때문에 후보자들은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교차로 등 사람과 차량이 많이 몰리는 명당 구하기에 혈안이 돼 있다.
예비후보자들에 따르면 선거사무실에도 '급수'가 있다. A급은 교차로 모서리 쪽 대형건물로, 차량 통행량이 많은 데다 신호 대기 시간이 길어 TV 광고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사방으로 뚫린 외벽을 가진 건물은 대형 현수막을 내걸 수 있어 '10점 만점에 10점'이다. B급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고, C급과 D급은 도로변 쪽 건물이나, 최악의 경우 주택가 골목이다.
A급 사무실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빈자리가 없거나 있어도 광역단체장 등 굵직한 후보자들이 이미 차지했다. 임대료도 3, 4개월에 수천만원을 넘나들 만큼 비싸다. 그래도 인기가 좋다 보니 A급 사무실은 광역단체장 예비후보가 경선에 떨어질 경우 다른 단체장 후보가 미리 가계약까지 해놓은 경우도 있다.
자신의 지역구 교차로에 A급 사무실을 구한 대구시의원 한 예비후보는 "1월부터 사무실을 알아보고 주인과 가계약을 해뒀다. 건물주가 지인이었던 덕분에 비교적 싼 임대료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찌감치 A급 사무실을 포기하고 B급 사무실을 구한 후보자도 있다.
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 관계자는 "몇 주간 발품을 판 끝에 겨우 사무실을 구했다. 새누리당 공천 접수가 끝나면 사무실 전쟁이 더 치열해질 텐데 미리 구한 것만 해도 다행이다"고 말했다.
A급이든, B급이든 목 좋은 사무실을 발견한다고 해서 모두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대구의 경우 비(非)새누리당이거나 초선에 도전하는 후보자일수록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대구시장 출마를 고민 중인 김부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선거사무실을 구하다 네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는 후문이다. 건물주가 민주당 후보에게는 사무실을 내주지 못하겠다는 것.
대구시의원 예비후보는 "일부 건물주는 선거 이후 출마자와의 관계를 고려해 당선될 만한 후보를 염두에 두고 건물 임대를 승낙하는 경우가 있다"며 "또 외벽에 현수막을 걸기 위해 다른 세입자를 일일이 찾아가 양해를 구해야 하는 등 선거사무실 구하기가 예비선거전을 치르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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