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칼럼] 대구시장 선거와 이우환 미술관

대구도시철도의 노선은 참 이상하다. 다중 이용 시설이나 대구를 상징하는 중요한 지점은 거의 안 지나간다. 20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한 번 잘못 정해 놓은 탓에 그 피해는 시민들이 두고두고 받고 있다.

대중교통이란 많은 숫자의 이용객을 짧은 시간 안에 원활하게 이동시키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대구도시철도는 그런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도시철도가 지나지 않는 곳이 너무 많아서다. 시민 이용도 역시 그리 높지 않다. 마치 이리저리 절묘하게 주요 포스트를 피해가면서 선을 그은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다.

대구도시철도는 우선 대구시청, 경북도청을 지나지 않는다. 관공서만이 아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인 경북대도 마찬가지다. 영남대도 2호선 연장을 해서야 겨우 다니게 됐다. 월드컵경기장으로 더 잘 알려진 대구스타디움에도 도시철도는 들어가지 않는다. 물론 그 이전에 대구스타디움 역할을 했던 시민운동장도 도시철도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 전시컨벤션센터도 예외가 아니다. 두 배로 커져서 초대형 행사가 이어지는데도 도시철도는 멀기만 하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나 대구미술관, 오페라하우스 같은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시설 역시 도시철도 노선과는 상관이 없다. 대구박물관도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도 알아주는 전통시장인 서문시장도 3호선이 개통되어야 도시철도의 혜택을 입을 수 있다. 이런 시설들을 이용하면서 도로 교통이 마비돼 한참을 갇혀 있거나 북새통 속에서 헤맨 경험을 대구시민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갖고 있다. 시민들의 이용 수요와 도시철도 노선이 따로 놀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3호선 개통을 눈앞에 둔 이 시점에 20년 전에 정해진 도시철도 노선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3호선 노선 역시 좋은 평점을 받기 어려워 보여서다. 앞으로 순환선도 놓이고 그 연장선도 건설될 것인데 노선 따로 시민 수요 따로 현상이 다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런 지적이라도 하지 않으면 시민들의 불만과 불편을 높으신 나리들이 자기 일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겠나? 도시철도 운영 적자도 십중팔구 자신들의 주머니 사정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것 같다. 이용률 제고에 관심이라도 있었으면 그런 절묘한 노선이 나올 수는 없었다고 확신한다.

또 특별히 지금 이 문제를 다루려는 것은 수백억 원(약 400억 원)의 예산을 들인 또 하나의 공공시설이 3개 노선이나 있는 도시철도와 뚝 떨어져 자리 잡으려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우환 미술관이다. 산으로 올라가든 지하로 꺼지든 상관이 없는 사설(私設) 기관이라면 알 바가 아니다. 시민들이 찾든 말든. 하지만 시민 세금을 먹는 공공시설이니 입 다물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 건물이 들어선다는 위치는 대구 달서구 대구문화예술회관 인근이다. 소문에는 건평이 5천㎡ 가까운 기본설계도 나왔다고 한다. 물론 비공개로 하는 일이다. 그래서 더 문제다. 문예회관은 지금도 도시철도 노선이 가까이 없어 불편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다 공공의 미술관을 하나 더 보태자는 것은 시민 불편 공공기관 리스트만 더 두껍게 만드는 것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보고 싶은 사람들만 와서 보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행정도 아니다. 시민들이나 미술인들의 공감대도 충분치 않은 이 사업은 재검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7월이면 차기 대구시장의 임기가 시작된다. 누가 될지 모르니 새 시장이 이우환 미술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지도 알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대구시는 이우환 미술관 사업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6월 초면 새 시장이 탄생하니 당연히 새 시장에게 결정권을 넘겨야 한다. 하든 안 하든. 한다고 해도 미술관의 건축과 개관은 새 시장 임기 중에 되기 때문이다.

며칠 전 김범일 시장은 후임 시장의 재량권을 넓혀주기 위해 인사도 최소화한다고 했다. 정말 잘한 결정이다. 그런 마당에 재정에 주름을 지울 수 있는 신규 프로젝트 추진 역시 미루는 것이 옳다. 지금은 새 일을 벌이기보다는 성과도 많았던 8년 재임 기간에 대한 아름다운 마무리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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