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준희의 교육 느낌표] 절문이근사(切問而近思) ⑨-인문학을 공부하다

강렬하게 접속하되 집착과 소유라는 함정에 빠지지 말 것. 활동이 하나의 영역에 멈추지 않고 다른 활동들로 흘러들어 가게 할 것.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와 '나 아닌 것' 사이의 경계가 없어야 한다.(고미숙의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중에서)

접속과 횡단, 생산하는 길을 함께 걸으면서, 문턱을 넘고 탈주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내면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새로운 배치를 통해 일을 축제로 즐기는 행복도 알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들이 꿈꾸는, 또는 꿈꾸어야 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산적한 교육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작은 열쇠를 만들고 경쟁에 지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조그만 행복의 씨앗이라도 뿌리고 싶은 것이 우리들의 마음이다.

2월 22일 대구예술발전소에서 독서교육지원단 전반기 워크숍이 열렸다. 주말임에도 130명이 넘는 선생님과 학부모가 참석했다. 2014년 독서교육의 전반적인 방향과 함께 책쓰기, 토론, 논술, 도서관, 인문학, 학부모 봉사단 등의 구체적인 사업들이 발표되었다. P 선생님이 그랬다. 이런 풍경은 모두가 인연 때문이라고.

잠깐 울컥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길을 걷는다는 것만큼이나 행복한 일이 있을까? '야들아, 이거 한 번 해보자.' '와, 좋은데요.' '이거는 어때?' '별론데요.' '그러면 너그들이 한 번 바꿔봐라.' 맞아. 그랬다. 선생님들과의 대화는 대체로 그랬다. 그러다 보니 우리 활동은 하나의 활동에 멈추지 않고 항상 새로운 활동으로 흘러들어 갔다. 모임이 끝나고 처음 참석했던 N 선생님께 '도망가지 말고 많이 도와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답변이 묘했다. '도망갈 곳도 없어요'라고. 그것도 아마 그날 만난 인연의 풍경 때문일 게다. 대부분 선생님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현장의 풍경은 슬프다. 경쟁으로 인해 아이들은 더욱 지쳐가고 있다. 경쟁 속의 세상은 적으로만 가득하다. 기본적으로 이런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한다. 그럼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교육이란 명제에 강렬하게 접속하면서도 집착과 소유라는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에 대한 집착과 소유에 빠져 있는 한 아이들의 사고도 결코 하나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다른 영역을 보지 못하면 반드시 도태한다. 다른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바로 집착과 소유를 벗어나는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집착과 소유를 벗어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을 부정하고 현실에서의 탈주를 꿈꾸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방법은 있다. 그것이 바로 공부다. 자녀에 대한 집착과 소유보다는 더 큰 사랑이 있음을 공부하면 된다. 경쟁보다는 협력이 훨씬 위대하다는 것을 공부하면 된다. 내 아이가 행복하려면 내 아이를 둘러싼 환경들도 행복해야 함을 공부하면 된다. 영어 단어 하나, 수학 공식 하나를 더 외우는 공부보다는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문학교육이고, 역사교육이고, 철학교육이다. 나아가 사람교육이다.

우리는 그것을 일반적으로 부르는 '인문학'으로 통칭하기로 했다. 우리가 말하는 인문학은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과학으로 세분화된 인문학이 아니다.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에 관한 학문 전부를 지칭한다. 일치된 대답보다는 다양한 질문을 만들어갈 생각이다. 이른바 '切問而近思'의 기본 마음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인문학 관련 책을 읽고, 인문학 서당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사람 책을 통해 사람을 공부할 예정이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작은 실천으로 아이들과 만날 것이다. 이것이 2014년 우리가 만들어 갈 첫 번째 꿈이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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