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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 고래싸움에…새우등 터진 휴대폰 판매점

불법보조금 경쟁에 대한 징계로 이동통신업체뿐만 아니라 휴대폰 판매점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11일 오전 대구 중구 동성로 통신골목의 한 휴대폰 매장에 영업정지 전 특가 행사를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불법보조금 경쟁에 대한 징계로 이동통신업체뿐만 아니라 휴대폰 판매점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11일 오전 대구 중구 동성로 통신골목의 한 휴대폰 매장에 영업정지 전 특가 행사를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10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동성로 통신골목. 평소라면 행인들로 붐빌 시간이지만 이날 골목에는 찬바람만 불었다. 휴대폰 구매 상담을 위해 이동통신사 판매점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한 휴대폰 판매점 주인은 "영업이 정지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손님들은 보조금 지원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해 지난 휴일 이후 판매점을 찾는 이가 거의 없다"고 했다.

영업 정지를 앞둔 이동통신사(이통사) 3사의 대리점'판매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KT올레와 LG유플러스가 13일부터, SK텔레콤은 다음 달 5일부터 영업 정지에 들어간다. 판매점들은 영업 정지로 신규가입과 번호이동이 금지돼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다. 이 때문에 대리점 직원들은 "본사의 가격정책에 따라 판매했을 뿐인데 피해는 고스란히 대리점 몫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영업정지 기간이 45일에 달해 일부 대리점 직원들은 당장 월급을 어떻게 받을지, 근무 일정이 어떻게 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KT 대리점 직원 이모(24) 씨는 "주 수입원이 기기 판매 이익금과 요금제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다. 45일 동안 수익이 생길 구석은 요금 수납과 간혹 있을 기기변경뿐이다. 직원들은 다 죽으라는 말 아니냐"고 했다. 그는 또 "휴점하는 날엔 본사에서 지원금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열어 둘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리점들은 영업을 재개하는 다음 달 말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단말기 출고가는 100만원대를 호가하는데 보조금이 없으면 싼 값에 단말기 구매를 경험한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어 소비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대리점 직원 박모(30) 씨는 "10만원대 최신 기기나 공짜폰을 맛본 사람들이 뭐하러 보조금 없는 휴대폰을 사러 오겠느냐"며 "영업정지가 이통사의 편법 상술을 막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영업정지가 되기 전에 한 명이라도 더 가입시키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LG대리점의 한 직원은 "지금 번호이동을 하면 기기보조금에다 요금제약정할인, 여기에 추가할인까지 더해 100만원짜리 최신 스마트폰(6만2천원 요금제)을 24개월 동안 월 6만원에 쓸 수 있다"며 고객 유치에 안간힘을 썼다. 다른 판매점 직원은 "영업정지 기간엔 기본급(150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어떤 방법으로든 영업 정지 전까지 한 대라도 더 팔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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