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에세이 산책] 가지 않은 길

요즘 중'고등학교 졸업식은 2월에 한다는데, 입학식은 3월 초에 그대로 하는 모양이다. 때 되면 졸업을 하고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요즘 아이들과는 달리, 우리 때의 졸업과 입학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시골 농촌이었던 필자의 고향마을에서 중학교로 진학하는 학생은 절반이 되지를 못했다. 고등학교까지 진학하는 학생은 더 적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1979년 3월, 대부분의 고등학교 동기들이 대학 진학을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필자는 가게를 열었다. 수학 미적분에 벽을 느끼고는 일찌감치 공부를 포기했던 것이다. 대구로 유학까지 간 아들에게 은근한 기대를 걸었던 시골 부모님은 적잖은 실망을 하셨다. 사립대학 입학금과 비슷한 금액을 얻어 가게를 차렸다. 약관(弱冠)의 청년에게 사회는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게 대해 주었다. 사기꾼도 만나고 은인도 만났다.

올해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가 꼭 35년이 되는 해이다. 나이로는 50대 중반, 예전 같으면 적지 않은 나이로 곧 노년기로 접어든다 하겠다. 그렇지만 수명이 100세 시대인 지금은 아직 한창의 나이다. 90세까지 산다고 할 때, 이제 겨우 사회생활 전반기가 끝나고 후반기가 시작되었을 뿐이다. 마라톤으로 치면 겨우 반환점을 돈 것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필자는 젊은 날 많은 좌절을 맛보았지만 세상살이에는 이력이 붙어, 지금 당장 맨바닥에 던져진다 해도 살아날 자신이 있다. 대학을 갔던 대부분 친구들이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다. 그래도 일찍 회사를 그만두었던 친구들은 자리를 잡았지만 근래에 은퇴를 하는 친구들은 바깥 사회에의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살날은 아직 30~40년이나 남았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딱하기 짝이 없다. 필자가 보기엔 할 게 널려 있는데도 말이다.

'남이 장에 가면 거름지고도 따라 간다'라는 옛 속담이 있다. 그만큼 소신을 지키며 살기가 힘들다는 말의 방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원래가 '독야청청(獨也靑靑)의 길'은 외로운 것이다. 필자는 남이 다 가는 길을 가지 않고, 가고 싶은 길을 택했다. 닦여지지 않은 길이라 때론 힘들었지만 덕분에 남들이 알지 못하는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교과서에도 나왔던 프로스트의 시 마지막 구절을 떠오른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장삼철/(주)삼건물류 대표 jsc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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