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골목. 화장품과 잡화점, 노래방 등이 몰려 있는 이곳에 들어서자 음악 소리가 귀를 찌른다. 가게 앞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음악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중구청에 의뢰해 측정한 한 가게의 소음은 73.8㏈. 생활소음 규제기준인 70㏈(상업지역)을 넘는 수치다. 이날 동성로의 가게 3곳을 측정한 결과, 모두 70㏈을 넘어섰다.
도심의 거리 소음이 심각하다. 상가나 집회 현장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소음전쟁이 벌어져 시민들은 불편을 넘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처벌을 위한 절차도 까다롭다.
◆"스피커 음악 소리에 못 살겠다"
동성로의 한 성형외과 원장은 "주변 소음이 말도 못할 정도로 심하다. 한 상점에서 외부 음악을 크게 틀면 다른 상점들도 덩달아 소리를 높여 소음이 더 심해진다"고 했다. 특히 화장품 가게나 노래방 등에서 이벤트를 연답시고 음악을 틀고 여직원이 마이크를 들 때면 참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근처 병원의 입원 환자들도 소음으로 괴로워하며 인근 학원도 소음 때문에 수강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불평을 터뜨리고 있다.
대구시청 주변 가게들도 집회로 인한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구시청 앞에서 열린 시위 및 집회는 모두 67건. 집회가 허용되지 않는 휴일 및 법정공휴일을 제외하면 대략 3일에 1번꼴로 행사가 열렸다. 시청 주변 식당 주인은 "집회하는 단체가 바뀌어도 시끄러운 음악을 트는 것은 똑같다"며 "시끄러운 것도 문제지만 집회가 있는 날은 공무원들이 상대적으로 조용한 뒷골목의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는 바람에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고 전했다.
인근 여행사 관계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집회가 열려 손님과 상담하기 어려울 정도다. 일부 사무실은 집회 소음이 지겨워 이사를 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단속'처벌 쉽지 않아
거리소음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은 커지고 있지만,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이를 막을 대책도 마땅하지 않다. 반드시 신고자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데다 처벌 수위(집회소음은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 생활소음은 과태료 20만∼100만원)도 낮아 실효성이 없다. 또 처벌을 하기까지 절차가 까다로워 사실상 처벌을 못하는 실정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단속을 해도 적발이 어렵다. 소음을 측정하려고 하면 소리를 낮췄다가 공무원이 가고 나면 다시 소리를 높이는 '숨바꼭질'이 이어지고 있다"며 "더욱이 한 가게가 아니라 여러 곳에서 음악을 내보내다 보니 배경소음이 생긴다. 이로 인해 신고자의 공간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특정 지점을 측정해 처벌하는 현행 규정상 처벌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했다.
집회 또한 소음 기준을 초과했다고 바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시정 명령에 계속 불응할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집회 소음의 경우 소음 허용 기준치를 낮추고 더 엄격히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집시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안은 주간 80㏈ 이하, 야간 70㏈ 이하로 돼 있는 '기타 지역'(광장'상업 지역 등) 집회 소음 기준을 5㏈씩 낮추는 것이 주요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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