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협이 골목상권 다 죽인다" 시골 상인 하소연

하나로마트 신축·확장 경북서만 10곳에 달해

경북의 농협 단위조합들이 소매점인 하나로마트를 잇따라 증축 또는 신축, 주변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주변 상인들의 시위까지 불러온 문경 하나로마트.
경북의 농협 단위조합들이 소매점인 하나로마트를 잇따라 증축 또는 신축, 주변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주변 상인들의 시위까지 불러온 문경 하나로마트.

경북의 지역농협들이 소매점인 하나로마트를 잇따라 증축 또는 신축, 주변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농협의 장삿속에 골목 상권이 다 죽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덩치 키우는 하나로마트

농협중앙회 경북본부에 따르면 문경 점촌농협과 칠곡 북삼농협, 청송농협 진보지점, 포항 오천농협 등 4곳이 올해 말까지 하나로마트를 신축 또는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상주 외서농협과 경주 강동'외동농협, 영주 풍기농협, 문경농협 하나로마트가 새로 문을 열었고, 김천농협 하나로마트는 부속 시설을 증축했다. 2년간 새롭게 단장했거나 확장 예정인 하나로마트도 10곳에 이른다.

하나로마트는 덩치도 부쩍 커졌다. 경주 외동농협 하나로마트는 207㎡에서 980㎡로 5배 가까이 확장됐고, 영주 풍기농협도 1천㎡ 규모의 하나로마트를 신축했다. 문경 점촌농협은 10월까지 기존 매장보다 4배나 넓은 3천13㎡ 규모의 하나로마트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지역농협들이 하나로마트 확장에 나서는 이유는 한계에 부닥친 신용사업 대신 경제사업으로 활로를 찾기 위해서다. 점촌농협 관계자는 "신용사업으로 조합원 전체에 지급한 배당금이 6억4천만원에 그치는 등 수익 창출이 한계에 부딪혔다. 경제사업에서 수익을 내려고 확장을 서둘렀다"고 했다.

청송농협도 상황은 비슷하다. 청송농협의 예대율(은행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 비율)은 27%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수년간 사과 시세가 높게 형성되면서 농민들이 대출금을 대거 갚았기 때문. 예대율이 낮을 경우 금융회사는 대출을 통해 돈을 벌기 어려워지고 수익률이 악화된다.

◆"수익 위해 전통 상권 죽이나"

"농협이 먹고살기 위해 주변 상권을 초토화시킨다"는 비난이 적잖다. 하나로마트는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과 영업 형태가 비슷하지만 의무휴업이나 입점 거리 제한 등 각종 규제의 틀에서 자유롭다. 농축수산물의 판매량이 55%를 넘을 경우 유통산업발전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문경 점촌농협 인근 신흥시장 상인 30여 명은 지난달 28일 하나로마트 부지 앞에서 집회를 여는 한편, 입점 반대 탄원서를 국민권익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경상북도지사, 문경시장 등에 각각 전달했다.

하나로마트가 들어서는 청송농협 진보지점 인근 상인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세환(41) 진보청년연합회장은 "농협의 이익 창출을 위해 대형마트를 건립한다는 것은 시장 상권을 죽이고 농촌을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경북본부 관계자는 "하나로마트는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유통하는 통로이자 조합원들에게 이익을 되돌려주기 위한 환원사업"이라며 "연간 매출액이 10억원도 채 안 되는 경북 지역 하나로마트가 전체 306곳 중 200여 곳에 이른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해명했다.

문경 고도현 기자 dori@msnet.co.kr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청송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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