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1995년 '지방화'의 기치를 걸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부활한 이후 6번째 맞는 선거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밑거름이다. 대한민국은 돈과 권력, 사람이 서울에만 몰려 있는 대표적인 수도권 공화국이다. 국가 경제력은 상승했고 수도권의 발전은 하루가 다르지만, 대다수 지방은 경제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이 자생력을 잃어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처방전도 나와 있다. 블랙홀인 수도권(중앙)의 예속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생존권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선량을 뽑는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또 하나의 토대다. 하지만, 지역민의 민심을 표출하고 지역의 발전을 고민하고 논의해야 하는 잔치판인 지방선거가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중앙 권력의 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올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대다수 후보자들은 지난 연말까지 '변화된 선거'를 기대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 후보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서 정당 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의 약속은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중앙 권력의 예속(공천제)에서 벗어난 지방선거를 원하는 지역 정치인들과 유권자들의 기대를 수용한 결과였다.
또 대선 공약을 실천하려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정치개혁특위가 만들어져 정당 공천 폐지를 논의했다. 그러나 별다른 결론 없이 올해 초 특위는 활동을 끝냈고 정치권은 궁색한 변명을 내밀며 정당 공천 폐지 약속을 파기했다. 그나마 신당 창당을 앞둔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얼마 전 정당 공천 폐지를 약속했지만 새누리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해온 예비 후보의 상당수가 공천제 폐지를 원하는 이유는 하나다. 특정 정당 후보만 당선되는 불합리한 선거 풍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 출마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공천이 불공정한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다.
수많은 후보가 출마하는 지방선거에서 공천제는 상당한 장점을 갖고 있다. 각 정당에서 능력과 자질이 검증된 후보를 공천하면 유권자들은 선택의 혼란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다. 반면 공천이 공정하지 못하면 공천제의 의미는 사라진다. 무늬는 상향식 공천이지만 공천권을 가진 중앙당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의 의중이 우선 반영되어 온 것이 현실 정치다.
특히 새누리당 깃발만 달면 당선되는 대구경북은 타 지역보다 낙하산식 공천의 폐해가 더욱 두드러졌다. 지역구 국회의원 중 상당수가 상향식 공천이 아니라 선거 한두 달을 앞두고 중앙당으로부터 낙하산식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이들은 지방선거에서 다시 낙하산식 방식으로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공천을 해왔다. 이로 말미암아 중앙에 연고와 끈이 없어 지역에 기반을 둔 '토착 정치인'들은 설 자리를 찾지 못했다. 결국, 중앙 권력이 풀뿌리 지방선거까지 장악해온 셈이다.
정당 공천 폐지 약속은 물거품이 됐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선거는 예전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후보로 새누리당에서 다수가 출마하면서 예비 선거전이 달아오르고 있고, 후보들 모두 중앙당의 눈치만 보던 예전과 달리 경선 승리를 위해 지역을 누비고 있다.
'전략 공천'이란 이름을 단 낙하산식 공천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선거전이다. 또 일부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공천을 상향식으로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방선거에 나선 상당수 후보가 전략 공천이란 이름을 단 낙하산식 공천이나 불공정 경선에 대해 우려를 하는 것도 현실이다.
4월이 되면 지역별로 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 공천을 위한 새누리당의 경선이 본격 시작된다. 중앙 권력이 정당 공천 폐지의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당내 경선에서만은 당원이나 시민들의 뜻을 반영할 수 있는 상향식 공천을 지켜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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