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배우 김수현

진짜 같은 공간이동…얼음호수 키스신…"초능력 연기 나도 놀랐죠"

나라 안팎으로 난리다. '천송이노믹스'라는 말로 설명되기도 한다. 중국의 '치맥' 열풍, 국내에서 '천송이 립스틱'은 나오자마자 동났다고 한다. 중국 반응이 워싱턴포스트에 소개되기도 했다. 최근 끝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여파다. 전지현의 열연도 있었지만, 이 남자가 없었다면 '천송이' 전지현도 없었다.

바로 '외계인' 도민준을 연기한 배우 김수현(26)이다. "촬영하면서 잠을 못 자긴 했으나 즐겁고 행복하게 마무리돼 좋다"는 김수현. "400년을 살았던 세월을 표현하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민준이 처음 지구에 도착해서 궁금한 것도 많고 호기심도 많았을 거예요. 그런데 점점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아가거나, 상처를 주게 되면서 감정을 누를 수밖에 없게 되고, 마음을 닫아간다고 생각했죠.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어요."

그래도 이 남자, "많은 사람이 재미있게 봐줘서 정말 좋았다"고 행복해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사랑받았던 그는 다시 도포 자락을 휘날리고 갓을 쓰고 나온 장면을 즐거워했다. 개화기 스타일에도 애정을 보인다. "연기하기에 신이 나는 요소들이 많았다"고 했다.

공간 이동 등 초능력 사용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그는 쉬운 연기는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도민준이 초능력을 쓸 때 견디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죠. 현장에 스태프도 있고, 동네 주민분도 있는데 다들 쳐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혼자 뭔가를 해야 하잖아요. 쉽지만은 않았는데 그래도 재밌는 경험이었어요.(웃음) 친구들에게 '방송 볼 때 어떠냐?'고 물어보면 '너 진짜 초능력 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얘기를 듣고 응원받으면서 열심히 촬영했죠."

도민준의 능력 중 혹시 원하는 건? 그는 "시간을 멈추는 능력도 좋고, 공간 이동 능력도 좋은데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바랐다. "집에도 빨리 가고, 어딘가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요. 하하하."

전지현과의 호흡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지현 누나와는 영화 '도둑들' 때 처음 인사했는데 드라마에서 또 만나 편했죠. 누나가 성격이 쾌활해 현장 분위기가 좋았어요. '도둑들' 기자회견 때도 얘기했었는데 지현 누나는 몰입이 잘 되잖아요. 하하. 누나가 캐릭터 준비를 많이 해줘 촬영 때 매번 생각이 들었던 게 '난 최고의 천송이와 함께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김수현은 최고 장면으로 얼음호수에서 시간을 멈춘 뒤 천송이와 키스하는 장면을 꼽았다. 에필로그에 나온 신이다. "실제 낚시하는 호수였는데 그날 눈도 오고 얼음도 꽝꽝 얼어 있어서 현장이 차가운 분위기였거든요. 그런데 따뜻한 뭔가를 섞을 수 있는 그런…. 하하하. 그런 장면을 많은 분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저도 기분이 좋았어요."

사실 김수현에게 키스신은 고민이었다. 그는 "도민준이 키스하면 기절을 하는데, 키스할 때 능숙해 보여야 하나 어설퍼야 하나 하는 고민을 했었다"며 "많은 분이 소리를 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소리 높여 시청자들의 반응을 흉내 내며 "'아으~' '어떡해~'라는 소리가 듣고 싶어서 일부러 (키스) 각을 만들기도 했다"고 웃었다.

아쉬운 건 하나다. 아니, 아쉽다기보다는 개인적인 바람이랄까.

"'별그대'가 21회로 끝났는데 사실은 감독님을 포함, 어쩌면 작가님까지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지막회 내용을 누구도 모르고 있지 않았을까요? 전 '정말 끝이 나나'라는 생각에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사실 새드엔딩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었죠. 정말 눈물, 콧물 흘리며 연기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행복하게 잘 마무리가 됐네요. 그래서인지 실감이 나기까지 시간이 더 걸렸던 것 같기도 해요."

김수현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이어 드라마 '별그대'도 흥행 폭발했다. 비결은 뭐라고 생각할까.

"우선 저 때문이 아니라 작품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게 가장 많이 작용한 것 같아요. 각 캐릭터가 많은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열 수 있을 만해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중요하게 생각한 게 있어요. 예전에 영화 '타짜'에서 김혜수 선배님 대사 중에 고니 이야기를 하면서 '이 남자, 가질 수 없는 건가'라는 대사가 있거든요? '가질 수 없는 남자는 굉장히 갖고 싶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도민준은 천송이에게 무릎 꿇기 전에는 정말 가질 수 없는 남자였잖아요. 그런 방향으로 표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다가갔어요."

혹시 이런 인기가 두렵지는 않을까. "일단 많은 분이 찾아줘 기분이 좋아요. 물론 두려운 부분도 많이 있어요. 아무래도 지켜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제어를 많이 받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소속사) 키이스트 식구들이나 동료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여러 군데 의지를 많이 할 수 있죠."

김수현은 천송이와 헤어지기 싫은 걸까. 천송이 같은 여자친구가 실제로도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천송이가 하는 대사들이나 행동들을 보면 예쁘고, 정말 귀여워 죽겠더라고요. 발랄한 여자친구가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피곤하기도 할 것 같기도 하지만요.(웃음) 그런 여자친구를 감당하려면 성격이 극 중 도민준같이, 아니 그런 능력이 필요한가? 그래도 그런 여자친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하."

'별에서 온 그대'는 자체 최고 시청률 28.1%로 인기리에 종영했다. 외계인 도민준과 대한민국 톱스타 천송이는 약 3개월 동안 시청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다. 도민준은 떠났지만, 김수현은 여전히 남았다. 다음 작품에서 다른 모습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중국 장쑤위성 TV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최강대뇌'에도 참여한 그는 해외 활동도 병행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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