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만사가 원하는 대로, 뜻하는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위험과 미처 생각지 못한 돌발상황이 곳곳에 숨어있게 마련이다. 패러글라이딩 역시 그렇다. 새처럼 푸른 창공을 향해 하염없이 훨훨 날아오르면 좋겠지만, 이륙에서부터 착륙까지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패러글라이딩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흔히 물어보는 질문이 "산이나 나무 위에, 혹은 물 위에 떨어질 경우는 없나요?"라는 것이다. 왜 없겠는가. 사실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기본대로 정해진 경로와 충분한 착륙 고도를 확보해 안전하게 비행하면 충분히 이런 위험을 막을 수 있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게 말처럼 쉽게, 순탄하게만 진행되지는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파일럿들 사이에서는 나무에 떨어지는 것을 '매미', 물에 떨어지는 것을 '메기'라고 칭한다. '떨어진다'고 표현하다 보니 얼핏 하늘에서 '쿵' 하고 추락하는 걸 상상하기 쉽지만, 패러글라이더는 무거운 비행기 등의 추락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활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몸을 크게 다치는 일 없이 살포시(?) 내려앉는 경우가 많다.
패러글라이딩은 산꼭대기 높은 곳에서 이륙하다 보니 흔히 발생하는 것이 나무와 조우해 '매미'가 되는 일이다. 마치 매미처럼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되는 참담한 경험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륙을 할 때 제대로 기체를 공중에 세우지 못하고 몸을 허공에 날리다 보면 날개가 무너지면서 인근 나무나 수풀을 향해 내리꽂히게 되는 '이륙 매미'와, 비행 중 낮은 고도로 산 능선에 바짝 붙어 있다가 뜻하지 않은 와류를 만나거나 조작 미숙으로 산으로 쑤욱 빨려 들어가는 '비행 매미', 그리고 착륙을 하면서 충분히 넓은 벌판을 찾지 못해 인근 나무에 캐노피가 걸리게 되는 '착륙 매미'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 '매미'를 우습게 볼 일은 아니다. 비행 중에 아래로 내려다본 산의 모습은 마치 나뭇잎으로 융단을 깔아놓은 듯 폭신하고 평탄하게만 보이지만, 매미가 돼서 그 속으로 들어갔을 경우엔 상황이 다르다. 상당수 나무가 10m 이상의 높이를 가지고 있다 보니 일단 걸리게 되면 혼자 그곳을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무전기나 휴대전화를 통해 팀원들에게 연락하고 안전한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더구나 캐노피는 수많은 줄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이것을 일일이 나무에서 벗겨 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값비싼 '날개'를 버리고 올 수가 없으니 일일이 손으로 벗겨 내고 피치 못할 경우 나뭇가지를 잘라낸 뒤 캐노피를 걷어내는 몇 시간의 작업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톱은 파일럿들에게 필수 상비품이다. 동호회원들이 보통 몇 명에서 수십 명씩 무리를 지어 비행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물에 빠지는 '메기'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보통 강이나 바다의 경우 넓은 둔치나 백사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착륙장이 있고, 기본적인 조작을 익혔을 경우 물속으로 돌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물이라고 해서 늘 깊은 강과 호수, 바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널따란 평지를 놔두고 하필이면 물이 찰방찰방 가둬져 있는 논에 착륙하는가 하면, 좁디좁은 수로에 정확하게 정밀착륙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10m에 육박하는 길이의 대형날개 빨래를 해야 하는 난감한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매미'와 '메기'가 두려운가?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경험을 통해 보이지 않는 내공이 쌓이듯, 패러글라이딩 역시 수차례의 매미와 메기가 되는 갖가지 좌충우돌 경험을 통해 한층 더 높이, 멀리 날 수 있는 실력이 쌓이는 법이다. 그러니 날고 싶은 그대, 두려움 없이 도전하라. 나무에 매달리는 경험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조영근(빅버드패러글라이딩스쿨장'www.bigbirdpar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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