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 그땐 그랬지

이길자(경북 김천시 김천로)

부모가 정해준 혼처 자리

얼굴도 안보고 만남도 없이

아랫마을 총각 윗마을 처녀

춘삼월에 날 잡았다고 통보한 아버지

그땐 그랬지

첫날밤 치르던 날 한지 문을

손가락에 침 발라 구멍을 뚫어

신랑각시 보려고 여기저기서

'신부코가 납작해'

'신랑은 왜 이래 못생겼어'

쑥덕쑥덕 눈 하나로 보고는

그땐 그랬지

신랑이 첫날밤 치르려고 옷고름 풀 때

새색시 신랑 얼굴을 본다

이튿날 동네 사람들

새신랑 발 매달아놓고

마른 명태로 때리던 일

그땐 그랬지

마누라 두고 군대 간 새신랑

말없이 나간 남정네 기다렸더니

꽃다운 색시 데리고 와서는

큰소리치는 남정네

그땐 그랬지

국수처럼 길게 오래 헤어지지 말고

잘 살아보라고 국수 대접했는데

그땐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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