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재선충과의 전쟁' 소나무 살리기 제언

경상북도의 산은 우리나라 산림 630만㏊의 약 21%인 134만㏊로, 특히 소나무 숲은 대략 도 전체의 30%를 차지하는데 울진 금강소나무 숲은 세계적인 자연유산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소나무는 수천 년 동안 겨레의 얼과 정신을 상징해 온 그야말로 민족의 나무다. 이렇게 역사'문화적으로 우리의 정신'신체와 다름없는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으니, 안타까움을 넘어 선현들을 뵐 면목이 없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수액을 빨아먹고 사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재선충을 옮기면서 소나무는 수분 흡수를 못 해 말라죽게 되는데, 한 번 전염되면 치료약이 없어 100% 죽는다고 해서 소나무 흑사병이라 불린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소나무재선충병은 이미 제주도와 경남을 초토화시키고 현재 경북을 교두보로 전국적 확산일로에 있다. 이런 추세라면 머잖아 소나무는 멸종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경북의 경우 2001년 구미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80만 본의 고사목이 발생하여 막대한 예산(약 530억원)과 인력으로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천년 고도 경주 왕릉 주변과 울진 금강소나무 군락지 보호를 위해 전쟁 치르듯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방어선을 구축해 놓고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 전국 처음 '소나무재선충방제특별대책팀'을 꾸리고 간부 공무원을 중심으로 방제실명제 운영, 접경지역 광역권 공동방제 추진, 국가재난 건의 및 국가특별교부세 요구, 방제계약 현실화, 각종 규제와 제도개선 등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여 일선에서 순조롭게 방제작업이 가능하도록 총력을 기울였으나, 지방정부로서의 한계와 힘이 부치는 것이 현실이다. 어떻게 하면 국가 재앙인 소나무재선충병을 막을 수 있을까? 소나무 고사(枯死)는 국민정서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소나무 살리기를 위하여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소나무재선충병을 국가재난 차원에서 적극 대처해야 한다. 지방시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병든 고사목의 100% 제거가 어렵고 방제예산이 부족하니, 미처 제거 못 한 고사목 발생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사실상 중앙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방제 의지와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시기이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는 국가재난 차원에서 다뤄져야 함에도 차일피일하는 것은 재난극복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선 국가재난기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조속히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과거 국토녹화처럼 소나무 살리기를 국정홍보과제로 다뤄야 한다. 이번 소나무 위기를 계기로 그간의 방제노력, 확산실태, 피해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한편, 국정홍보의 주요 과제로 다루어 각급 학교를 중심으로 교육활동 및 방제강화 등 중앙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지자체, 언론, 시민단체가 함께 나서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소나무 살리기 전 국민 참여운동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한번 걸리면 100% 말라죽는 소나무재선충병은 자연확산보다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전염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불법 밀반출이나 병든 나무의 신고, 방제활동 참여 등 자발적인 국민운동으로 펼쳐나가야 피해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소나무 살리기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중앙정부, 지방, 민간, 교육, 역사'문화'예술단체 등 각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 소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우리 정신의 표상이며 혼이 깃든 문화유산이다.

수천 년 동안 이 땅을 지켜온 '남산 위의 저 소나무', 그들을 지키는 일은 우리의 얼과 혼을 지키는 일이며, 강산을 지키는 일이며,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며, 우리 국민의 건강과 생활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이 겨레의 소나무를 살려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김종환 경상북도 산림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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