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활동 전업작가 9명 현대미술硏 특별기획전

"생성·변화 이끄는 원천 조명"

정태경 작
정태경 작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손파 작
손파 작
정지현 작
정지현 작 '우슬우슬'
김봉수 작
김봉수 작 'I am Pinocchio'

대구에서 활동하는 청년'중견작가의 창작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다음 달 9일까지 웃는얼굴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현대미술연구소가 봄을 맞아 특별기획전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의 주제는 '약동하는 힘'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어김없이 새싹이 돋아난다. 이는 자연 속에 '약동하는 힘'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약동하는 힘'은 생성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천이라는 점에서 '창작의 힘'과 일맥상통한다. '창작의 힘'은 삶과 예술을 연결하는 창으로 소소한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바탕이다.

이번 전시 '창작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탐구하기 위해 기획됐다. 참여하는 김봉수, 김성수, 박보정, 박순남, 서옥순, 손파, 이하윤, 정지현, 정태경 작가는 모두 전업 작가다. 전업 작가는 창작 활동만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전시를 해도 작품이 팔리지 않으면 끼니 해결조차 어려워진다. 많은 예술가들이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창작을 하는 동기를 찾기 위해 기획자들은 전시를 앞두고 작업실을 방문해 작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김봉수 작가는 브론즈나 스테인리스 스틸을 재료로 피노키오를 제작하고 있다. 김 작가는 재료가 갖는 매력을 발견하고 그 재료에 맞는 얼굴을 찾아 생명을 부여하는 재미로 창작 활동을 한다. 박보정 작가는 소소한 것에서 느끼는 감흥에서 창작 모티프를 찾는다. 'Here' 연작에서는 현재 관계를 맺고 있는 일상사에서 소중함을 발견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서옥순 작가에게 창작은 의식 또는 무의식 속에 잠재된 상흔을 치유하는 과정이다. 서 작가는 일상 속에서 미감을 찾아 삶과 예술을 하나로 연결하는 작업을 통해 상흔을 어루만진다. 반복된 붓질은 마치 상처를 씻어내기 위한 하나의 행위로 해석된다. 손파 작가는 고무, 철, 한방 침, 목재, 그리고 일상에서 발견하는 오브제를 통해 억압된 삶의 편린들을 담아내는 실험을 한다. 이러한 시도는 손 작가에게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호기심을 자극해 창작을 지속하는 힘이 된다.

정지현 작가의 시선은 이름 없는 잡초 또는 버려진 것에 머물러 있다. 정 작가는 자연과 일상 풍경을 세밀하게 관찰한 후 발견한 이미지를 마치 손으로 쓰다듬듯 세심한 마음으로 화폭에 옮긴다. 주목받지 못하는 것들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과정은 정 작가의 창작 의욕을 부추기는 밑거름이다. 정태경 작가는 집에 주목한다. 정 작가는 '나는 집으로 간다'는 연작 이후 최근에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다. 정 작가에게 집은 자기애를 충족시키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그리고 그의 그림은 그가 머물며 정체성을 확인하는 회화적 장소다.

이에 대해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는 "대부분 작가들은 '창작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자문하면서 작업하지 않는다. 창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을 통해 이미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은 작가들이 경험한 감성의 정수로 삶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느끼고 사유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생명의 울림이다. 따라서 작품은 창작의 과정이 담긴 '희열의 장'이자 몸과 마음이 반영된 '실존의 장'이다"고 설명했다. 또 김 대표는 "어떤 예술가든 자신의 창작물을 공유하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기쁨을 느끼며 더 높은 창작 의지를 불태운다. 기쁨은 창작을, 창작은 다시 기쁨을 낳는다. 그리고 이 기쁨은 창작이나 감상 간의 공유 방식이 커질수록 풍요로워진다. 기쁨이라는 감정을 유발하는 창작과 감상의 순환 구조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 '창작의 힘'이 발휘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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