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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온기 품고, '독야청청' 소나무…안말환 초대전

안말환 작
안말환 작 'Dreaming Tree'

나무를 그리는 작가 안말환 초대전이 다음 달 13일까지 갤러리소나무에서 열린다.

안말환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주제는 나무다. 나무에 대한 작가의 천착은 2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추상화된 나무를 시작으로 아름다운 미루나무 연작과 생명감 넘치는 바오밥나무를 거쳐 2010년부터 소나무가 작품 전면에 등장했다. 최근의 소나무 연작에서는 그녀의 몸에 맞는 옷을 찾아 입은 듯 생기와 깊이가 느껴진다.

작가에게 소나무는 안개 사이로 스미는 햇살처럼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작가는 "예전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소나무 가지 등을 엮어 만든 금줄을 대문에 달아 액운을 막았다. 또 소나무로 집을 지어 살았으며 춘궁기에 소나무 껍질을 벗겨 가루로 내어 먹었다.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소나무관에 넣어 소나무가 자라는 언덕에 묻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소나무 숲에서 태어나 소나무 숲에서 살다 소나무 숲에서 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마치 배병우 사진작가가 소나무를 보고 "아 저것이 한국이다"라고 느낀 뒤 소나무를 주제로 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고 한국을 상징하는 소나무는 그동안 많은 작가들의 작품 주제가 되어 왔다. 대부분 작가들의 작품이 화면과 관람객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비평적 관찰자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안 작가의 작품은 화면 속으로 관람객들을 몰입시켜 소나무와 관람객 사이에 거리감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그녀의 소나무가 눈으로 관찰되는 이미지를 너머 사람의 온기와 기척을 품고 있는 이유다.

작가는 몸으로 느끼는 소나무를 구현하기 위해 돌가루와 물감을 섞어 겹겹이 쌓아 올리고 칼로 긁어 두터운 질감을 연출했다. 또 소나무의 밑동을 과감히 생략하고 화면 가득 소나무 몸통을 확대시키는 대담한 구도를 도입했다.

안 작가의 소나무 작품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특징은 독야청청(獨也靑靑)의 기운이다. 그녀의 소나무는 여럿이 모여 숲을 이루지 않는다. 화면 한가운데 거대한 나무기둥 하나가 솟아올라 하늘을 향해 숭고한 기운을 확장한다. 특히 200호 최신작은 거대한 스케일로 관람객들을 압도한다. 수령 600년이 넘는 소나무를 보고 영감을 받아 작품화한 것으로 내뿜는 강한 기와 꿈틀거리는 줄기의 유장한 선은 사람을 끄는 힘을 갖고 있다. 이를 두고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인 이명 씨는 "안말환 작가는 소나무에 내재된 근원적 생명력을 통해 물질과 스피드에 매몰된 현대인들을 치유하고자 한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속 고고한 선비정신을 표상하는 소나무의 맥을 이어 생기발랄하고 묵직한 존재감으로 21세기 소나무를 그리고 있다"고 평했다. 053)423-1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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