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움터지킴이는 근로자? 봉사자?

근로자 인정 요구 논란

'자원봉사자냐?', '근로자냐?'

배움터지킴이(이하 지킴이)의 지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킴이들은 "순찰 외에도 주차, 안내 등 온갖 잡무를 보고 있다"며 교육청에 근로자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교육청은 "자원봉사자로 선발한 만큼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5년 '스쿨 폴리스'(school police)란 이름으로 각 학교에 배치되기 시작한 지킴이는 학교폭력과 범죄로부터 학생들을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지킴이들은 교문 안내소에서 방문자를 안내하거나 주차를 돕는 등 학교의 잡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봉사수당(평일 오전 8시~오후 4시'월 66만원)만 받고 있다.

대구 수성구 한 초등학교의 지킴이 A(64) 씨는 근무시간 중 주로 하는 일이 학교를 오가는 차의 주차를 돕거나, 방문자를 교무실 등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A씨는 "이 때문에 본 임무인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학생 간 폭력 예방과 범죄예방 순찰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직 경찰인 지킴이 B(65) 씨는 학교가 지은 3㎡ 남짓한 교문 옆 안내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B씨는 "중학생들 간 폭력은 쉬는 시간에 주로 일어나는데 온종일 초소에서 교문 앞만 지키는 신세다"며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러 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수위 업무를 맡게 돼 내가 왜 여기 있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지킴이들은 "수위를 따로 고용하든지 아니면 우리를 근로자로 인정해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대구의 한 지킴이 C(63) 씨가 학교 측으로부터 퇴직금을 받아내면서, 다른 지킴이들도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찾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C씨는 대구고용노동청에 진정을 했고, 대구고용청은 "C씨의 업무형태가 근로자 성격을 지녔다"며 학교에 시정을 지시했다. 결국 C씨는 학교와 합의해 퇴직금을 받았다. 이에 다른 지킴이 10여 명도 대구고용청에 진정서를 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까지 운영계획에 '활동 일지 준비' '학교장 지시사항 이행'을 명시하는 등 지킴이를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피고용자로 대했다. 그러다 올해는 이런 내용을 없앴다. 대신 '학교 실정을 고려해 역할을 부여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지킴이들은 "말만 바꿨을 뿐이지 일은 똑같다. 교육청이 싼값에 우리를 부려 먹으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하루 근무수당을 최저임금(올해 기준 4만1천680원)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시행 때 근로자를 고용하려 한 것이 아닌 만큼 지킴이는 자원봉사자로 보는 게 맞다"며 "수당이 최저임금보다 적다는 지적도 맞지 않다.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자원봉사에 대한 보상이므로 임금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구고용청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형남 대구고용청 근로감독관은 "예전에 근로자로 인정된 사례가 있지만, 운영계획이나 활동방식이 바뀐다면 근로자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선발 때 자원봉사자라 명시했고, 지킴이들도 자신들이 자원봉사를 하는 것으로 생각한 만큼 민'형사상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불리 근로자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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