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초, 미국 포털 사이트 야후에 학비와 생활비를 지급하라며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낸 레이철 캐닝이라는 10대 이야기가 실렸다. 포털 사이트의 선정성과 온갖 소송이 대중화(?)된 나라임에도 이를 머리기사로 보도한 것을 보면, 미국에서도 다소 이례적이었던 모양이다.
고등학교 3학년인 캐닝은 지난해 10월 30일, 남자친구와 헤어지지 않는다고 부모로부터 쫓겨났다고 했다. 반면 부모는 캐닝이 성인이 됐음을 이유로 통금 시간 지키기나 일 돕기 등 집의 규칙을 지키기 싫다며 가출했다고 했다. 남자친구 문제는 음주 등으로 귀가 시간이 늦은 등 나쁜 영향을 주는 것 같아 헤어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친구 집에 머물던 캐닝은 부모를 상대로 학비와 생활비를 달라고 소송을 냈다. 부모는 캐닝과 같이 살고 싶다며 집으로 돌아오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지만,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떤 지원도 할 수 없다고 맞섰다. 심리를 맡은 재판부는 단호했다. "아이가 게임기나 아이폰을 사달라고 부모를 상대로 소송하는 것을 우리는 용납하는가?"라며 "부모의 규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집을 나가면 경제적 손실을 주장할 수 없으며 부모와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하라"고 꾸짖었다.
후속 보도에 따르면, 캐닝은 아무 조건 없이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해피엔딩이었지만, 이 기사를 본 많은 부모는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걱정하지 않았을까 싶다.
교육부가 처음으로 전국적인 학생 인성검사를 4월 실시한다.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 가운데 각각 1만 5천 명씩 4만 5천 명을 표집 검사하는 방식이다. 정직, 자율, 책임 등 10개 큰 덕목별로 세부 문항을 만들어 검사하고, 이 자료를 토대로 앞으로 인성 교육 정책의 방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 여론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72.4%가 초'중'고생의 인성과 도덕성 수준이 '낮다'고 답했다 한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 가릴 것 없이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은 비슷할 터이다. 그러나 부모는 경제난에, 자식은 공부난에 시달리니 가정에서 인성 교육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교육부의 뒤늦은 인성 교육 정책 수립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너진 가정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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