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통감(資治通鑑) 주변 이야기
사마광(司馬光)이 지은 '자치통감'(이하 통감)은 그의 역사관이 잘 드러나 있고, 그 가치 때문에 역대 위정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 제왕의 책으로 간주됐다. 송대 주자(朱子)는 공자의 '춘추'라는 역사서 저술을 모방해 새로 역사를 쓰지 않고 사마광의 통감을 자신의 역사관으로 편집했다. '자치통감강목'이다. 역사적 사건의 중요도에 따라 강과 목으로 나누고, 춘추 의리에 따라 명분을 중요하게 새로 따져 사마광의 역사관을 보충했다. 분량도 반으로 줄였다.
사마광의 역사관도 명분을 중요하게 여겼다. 천자였던 주(周)의 위열왕이 제후인 진(晋)나라의 경(卿)이었던 세 사람을 제후로 인정함으로써 결국 '하극상'을 용인하는 큰 명분상의 실수를 저질렀다고 보고, 이 시기부터 역사를 서술하기 시작했다. '신 광(光)이 말하기를….'이라는 자신의 사평(史評)을 통해 이 사실을 비판한다. 사마광은 위열왕의 이러한 실책에 대해 "이들을 제후로 임명한 것은 무도한 짓을 합법화한 것이고, 정의로운 사람들이 옳은 행동을 할 길을 막아버린 것이다"라며 명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도덕적 가치로 역사적 사실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경우에 따라서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봉건 왕조시대 역사 서술의 단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중시되고 널리 읽히는 이유는 이 책이 단순한 역사 기술이 아니라 그 속에 인간의 갖가지 형태의 행동과 생각을 거의 다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송 시대의 '고문부흥운동'의 흐름을 타고 훌륭한 고문(전아한 고급문장)으로 쓰인 점도 호평을 받게 된 이유다.
모택동은 이 책을 17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시했다. 세종 때 읽기 쉽게 '훈의'(訓義), 즉 '주해'를 달도록 했고, 세종 자신이 직접 교정을 봤다. 구한말 풍운의 인물 대원군 역시 주자의 자치통감강목을 애독해 '강목집요'(綱目集要)를 간행하기도 했다. 최근 대만 역사학자 백양(柏楊)이 현대중국어로 번역했다. 우리나라에는 '맨 얼굴의 중국사'(김영수 역)로 소개된 '중국인사강'이다. 또 우리나라에는 권중달 선생의 번역서도 있다.
사마광은 당시 왕안석의 신법당에 맞서 구법당, 즉 보수파에 속했고, 통감에 그러한 역사관이 잘 나타나 있다. 사마광은 법'제도 운영보다 사람을 제대로 써야 함을 중요시 했고, 좋은 인재는 재주보다 덕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사람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급격한 개혁보다는 한순간도 쉼 없이 변화하는 역사 속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왕조시대 왕의 통치에 적합한 보수적인 역사관이었다. 즉 '인치'(人治)를 강조한 것인데, 오늘날도 참고가 된다.
이동희 계명대학교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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