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존경받는 행동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니? 타고난 성품도 인자해야겠지만 훌륭한 사람으로부터 좋은 가르침도 많이 받아야 할 것 같구나.
팔공산 기슭에 서시립(徐時立'?∼1665)이라는 선비가 살고 있었어. 이 선비는 어렸을 때에 매우 인자한 어머니로부터 훌륭한 가르침을 받았어.
한번은 서시립의 집으로 이웃집 소가 들어와서 난동을 부렸어. 그 바람에 그만 장독이 깨어지고 말았지.
"아이고, 미안합니다. 장독 값을 물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대답은 의외였어.
"소는 짐승이니 무슨 사리판단을 하겠습니까? 우리 집 장독이 깨어진 것은 우리의 운이 나빠서입니다. 괜찮습니다."
서시립은 이러한 어머니 밑에서 남을 위하는 마음을 길러 나갔어.
어느 해, 이웃집에서 상(喪)을 당했는데 때마침 내린 비로 물이 불어나 계곡을 건널 수 없었어. 이웃집 묘터는 건너편 산에 있었는데 말이야.
그때 묘터잡이가 마을 뒷산 기슭에 있는 서시립 선생의 밭을 가리키며 '이곳은 물 빠짐이 좋은 명당이오. 이곳에 묘를 쓰면 아주 길할 것이오'라고 했어.
그러자 상을 당한 집에서는 선생의 밭에 묘를 쓰게 해 달라고 청해 왔어.
"아니, 우리 집 밭인데 남의 집에서 묘를 쓰려 하다니!"
집안에서는 반대가 있었어.
그런데 선생은 선뜻 허락하였어.
"사람이 상을 당한 것만큼 슬픈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리하십시오."
이윽고 장례가 끝나고 이웃집에서 땅값을 주려고 하였어.
그러자 선생은 사양하였어.
"이웃집 어르신을 우리 밭에 모신 것은 도리어 우리 집의 영광입니다. 어찌 돈을 받겠습니까? 그냥 두십시오."
이뿐만 아니야. 양식이 떨어진 사람들이 곡식을 빌리러 오면 선생은 서슴없이 빌려주었어. 그런데 선생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자 곡식을 갚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른 척하는 사람도 있었어.
이를 본 선생은 마을 사람들을 모두 집으로 초청해 음식을 대접하며 말했어.
"이제 집안의 뜻에 따라 이웃마을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어찌 함께 살아온 여러분의 정을 잊겠습니까? 혹시 꾸어간 곡식은 갚지 않아도 되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십시오."
이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부끄러워하며 모두 곡식을 가져왔어.
그러나 선생은 모두 돌려보내었어. 곡식을 모두 갚으면 굶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지.
그리하여 나중에 선생이 세상을 떠났을 때에는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슬퍼하며 선생을 위한 서원을 짓는 데 힘을 보태었어. 이때 지어진 서원이 바로 백원서원(百源書院)인데 지금도 대구 도동에 남아 있단다.
어때, 어렸을 때부터 좋은 가르침을 받고 훌륭한 일을 한 사람은 세상을 떠나서도 존경을 받고 있구나.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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