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문경시 당정협의회, 시·도의원 민원 챙기는 날?

"시'도의원들이 노골적으로 자기 지역구 민원을 공무원들에게 독촉하는 자리가 당정협의회입니까?"

10일 문경시청에서 열린 새누리당 문경시당원협의회와 문경시 간의 당정협의회 과정을 지켜본 한 공무원의 푸념이다.

이날 문경시는 지역 현안과 내년 국'도비 예산 확보를 논의하기 위해 이한성(문경'예천) 국회의원과 대다수 시'도의원 그리고 고윤환 문경시장과 40여 명의 사무관급 이상 간부공무원들이 전원 참석하는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문경시 자체적으로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역정치권이 공동으로 도와달라는 취지다.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국'도비가 필요하니 국회의원과 도의원에게 도와달라는 공무원들의 요구는 없었고 의원들 또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해 오겠다는 언급도 없었다. 오히려 이들 의원들은 현재 문경시의 어려운 재정을 모르는 듯 "동네 길을 언제 포장해주느냐"는 등 사소한 자기 지역구 민원 부탁에만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대회가 1년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국'도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힘든 상황을 맞고 있는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와 관련된 질의와 논의가 전혀 없었다. 세계군인체육대회의 성공을 위해 시와 지역 정치권은 성금까지 모으면서 시민들에게 협조를 당부하고 있지만 정작 당정협의회에서는 거론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한성 의원이 맺음말을 통해 "세계군인대회 선수촌을 마련하고 찻사발축제를 대한민국대표축제로 승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이 이날 지역 정치권이 문경시 측에 해준 도움말 전부였다.

"선출직 의원들이 6'4 지방선거에서 살아남고 싶은 마음이야 있겠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지역구 민원 챙기기에만 급급한 것은 실망입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한 참석자는 몹시 기분이 상했다고 했다.

문경시는 이번 당정협의회를 '행복한 문경만들기'를 위한 것이라고 홍보자료까지 냈다. '행복한 문경 만들기'인지 '지방의원 공약 독촉장'인지 모두 헷갈리는 당정협의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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