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뭄과 미나리 재배의 영향으로 대구 동구 팔공산과 초례산 일대에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주민들은 급수를 받으며 물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팔공산 자락 마을 '지하수 부족' 호소
지하수를 사용하는 동구 용천로(신무동) S노인전문요양원은 올 들어 벌써 8번이나 급수를 받았다. 인근 119안전센터에서 물을 싣고 와 물탱크(45t 용량)를 채웠다.
1월 26일(12t)을 시작으로 다음 날인 27일, 지난달 22, 23일, 이달 들어서도 5'9'11'16일 등 모두 120t의 물을 소방차로부터 보충받았다. 며칠 간격으로 연달아 급수를 받는 건 10년 전 이 요양원이 들어선 이후 처음이다.
이 요양원은 펌프로 100m 지하에서 물을 끌어올렸지만 최근엔 그 양이 모자라 1주일에 1, 2번은 계속 급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항상 가득 찼던 물탱크는 올해 1월부터 사용량에 미치지 못하는 지하수량으로 물탱크 수위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지하수를 사용하는 동구 팔공산 자락의 마을들도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중대동 고정마을의 한 주민은 "겨울 가뭄과 겹치는 갈수기에 미나리 농사가 한창이어서 지하수가 잘 나오지 않는 개인 관정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용수동 상중심마을 한 주민은 "마을 공동 지하수 관정은 깊이가 150m 정도여서 크게 문제가 없는데 50~60m 깊이의 몇몇 개인 관정은 물이 확연히 줄었다"고 했다.
신서혁신도시 뒤쪽 초례산 인근도 물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동구 둔산동(둔산로) 홍모(79) 씨는 소방서의 급수 지원(3t)을 받았다. 개인 집으로 연결하는 배수관 공사비 부담 때문에 예전부터 지하수(10여m 관정)를 사용했으나 최근 들어 수도꼭지가 메말랐다. 홍 씨는 "이전에는 급수를 받을 만큼 지하수가 모자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근래에 비가 오지 않는데다 우후죽순 들어선 미나리밭의 영향으로 지하수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말라가는 지하수 원인은 미나리?
비상수도 지역이 많은 동구의 비상 급수량은 갈수록 늘고 있다. 동부소방서에 따르면 동구 지역 비상 급수량은 2012년 73t(9건), 지난해 170t(15건)이었던 것이 올해는 이달 17일 현재까지 123t(9건)이나 된다. 보통 1~3월 급수량이 한 해 20~30%였으나 올해는 두 달 만에 지난해 급수량의 70%를 넘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구(달성군 포함) 내 비상수도 인구는 2천870명(1천174가구)이다. 이 중 동구(공산동, 도평동 등)는 87%인 2천497명(1천36가구)이나 된다.
동구청은 지하수 부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미나리 농가의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동구청에 따르면 동구의 미나리 재배 농가는 100여 곳에 이른다. 작목반 소속의 90농가와 비회원인 10여 곳 등이 팔공산(공산동)과 초례산(매여동) 자락에서 미나리를 재배하고 있다.
미나리 작목반 관계자는 "미나리는 물을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재배되기 때문에 지하수 사용량이 많다. 그래서 구청이 무작위로 파지 못하게 관정 사이 거리를 제한하고 있다"며 "하지만 물은 한정돼 있는데 미나리 재배 농가가 몰려 있어 가뭄 때는 물 부족을 느낀다. 그래서 물 사용량을 줄이자는 내용의 자체 규약을 만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동구청 경제과 관계자는 "미나리는 물 없이 불가능한 농사라서 대부분 관정을 파서 농사를 짓고 있다"며 "2천㎡(600평) 규모의 하우스는 관정을 1개로 제한하고, 물을 적게 사용하는 농법을 보급해 지하수 사용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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