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땅끝마을'서 얻은 영감…헤밍웨이 펜을 들다

미국 최남단 '미드' 단골 배경 도시 '마이애미'

유람선 위에서 바라본 마이애미 시내 전경. 높은 빌딩 숲이 만들어내는 경치가 일품이다.
유람선 위에서 바라본 마이애미 시내 전경. 높은 빌딩 숲이 만들어내는 경치가 일품이다.
마이애미 사우스비치에서는 매일 밤마다 라틴 음악이 라이브로 연주된다.
마이애미 사우스비치에서는 매일 밤마다 라틴 음악이 라이브로 연주된다.

'마이애미'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미드의 주 무대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중장년층 중에는 '마이애미의 두 형사'(원제 Miami Vice)의 무대로, 젊은층에게는 'CSI: 마이애미'의 무대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강렬한 햇빛 아래 강력 사건 이야기만 나오는 드라마를 보며 '정말 저게 마이애미라는 도시의 진짜 모습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번에 돌아본 마이애미는 드라마에서 보는 마약과 살인사건 대신 예술과 자연환경, 열정이 먼저 보이는 도시였다.

◆팝아트의 중심지를 꿈꾸는 슬럼가

마이애미 북쪽의 윈우드 아트 디스트릭트(Wynwood Art District)의 첫 느낌은 '황량함'이었다. 허름한 건물들에 그려진 벽화가 관광객들을 반겼지만 동네 특유의 황량함은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그나마 차도의 횡단보도가 흰색 줄이 아닌 알록달록한 색깔로 그려진 걸 보고 나니 이곳이 예술가들의 동네임을 느낄 수 있었다.

윈우드 아트 디스트릭트는 2009년부터 형성됐다. 마이애미 시는 폐허나 다름없었던 윈우드 지역을 '뉴욕의 소호처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운 뒤 팝아트 예술가들에게 창작공간으로 제공했다. 이곳에 소속된 예술가들의 숫자만 약 3천 명 안팎이라고 알려져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문 닫은 공장과 창고로 가득해 마이애미의 대표적인 슬럼가였던 이곳은 지금 미국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팝아트 창작지구로 변신 중이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미술작품은 '벽화'다. 이 벽화들을 다 둘러보는 데만 2시간 이상이 걸린다. 이곳에 그려진 벽화는 우리가 흔히 동네에서 볼 수 있는 귀엽거나 토속적인 느낌의 벽화가 아니다. 허름한 건물의 벽을 캔버스 삼아 다양한 주제를 표현하고 있어 어떤 면에서는 심오하기까지 하다. 중요한 것은 오늘 본 벽화가 다음에 이곳을 또 찾았을 때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벽화가 교체되기 때문에 늘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광활한 늪지와 푸른 바다

마이애미 시내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로 약 1시간 정도 달리면 어느 순간 광활한 늪지대가 펼쳐진다. 바로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늪지대다. 갈대밭과 늪지대가 지평선을 이루는 이곳을 둘러보기 위해 소그래스 레크리에이션 파크(Sawgrass Recreation Park) 입구에서 에어보트를 탔다. 약 40분간 늪지대를 헤쳐나가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곳곳에서 악어들이 나타났다. 악어들은 눈과 코만 빼꼼히 내민 채 탐방객들을 쳐다본다. 보트를 운전하는 이곳 직원은 "4월이 되면 악어들이 짝짓기와 산란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더 많은 악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육지의 늪지대를 봤으니 이제 바다로 갈 차례다. 마이애미 시내에서 자동차로 3시간 이상 달리면 미국 대륙의 최남단인 '키웨스트'가 나온다. 본래 섬이지만 플로리다 반도에서 이곳까지 다리를 놓아 육지화된 곳이다. 플로리다 반도에서 키웨스트까지 다리를 놓아 만들어진 이 도로는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평가받는다. 특히 '세븐 마일 브릿지' 주변을 지날 때면 경치의 아름다움은 극에 달한다. 옥색 바다와 다리, 그리고 도로를 따라 바다에 세워진 전봇대 행렬이 매우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미국 사람들에게 키웨스트는 우리나라의 '땅끝마을'과 같은 의미다. 키웨스트의 최남단 표지석에는 사진을 찍기 위한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키웨스트의 중심가라 할 수 있는 말로리 스퀘어와 듀발 스트리트의 술집에는 밤낮 가리지 않고 술 한잔 즐기는 사람들로 와글거린다. 또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집필했던 '헤밍웨이 하우스'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대문호 헤밍웨이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줄을 선다. 이 모든 사실보다 키웨스트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낙조다. 키웨스트에서 바라보는 석양을 보기 위해 도로는 다시 붐빈다.

◆마이애미의 절정, 사우스비치

밤을 좋아하는 관광객들이라면 마이애미는 적극적으로 권할 만한 여행지다. 먼저 늦은 오후 베이사이드 마켓플레이스에서 마이애미 해안 주변을 관람할 수 있는 유람선을 탄다. 해안을 따라 약 90분간 운행하는 이 유람선은 석양에 어우러진 마이애미 해변가의 고층 건물이 이루는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다. 마치 'CSI: 마이애미'의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다.

아름다운 석양 감상이 끝났다면 사우스비치로 향한다. 사우스비치는 '마이애미의 절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곳은 밤은 밤대로, 낮은 낮대로의 매력이 있다. 밤이 되면 가벼운 옷차림의 청춘남녀들이 늦은 저녁식사와 함께 술과 음악에 빠져든다. 라틴 음악이 흐르는 '망고 트로피칼 카페'에 들어서니 한 여가수가 바 테이블에 올라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그 뒤편으로 라틴댄스를 추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인도에까지 테이블이 설치된 많은 술집들과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해가 뜨자 사우스비치는 또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북적대던 술집들 대신 브런치레스토랑의 테이블들이 인도를 점령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침부터 조깅과 선탠을 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사우스비치로 몰려들었다.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이 이들과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밤에 보이지 않았던 사우스비치의 건물들도 낮이 되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우스비치의 건물들은 대부분 1920년대 아르데코 양식으로 지어져 있다. 흰색 또는 파스텔톤 색깔의 건물들은 햇빛을 받으니 더 밝고 깨끗하게 보였다.

이외에도 마이애미의 매력을 볼 수 있는 곳들은 많다. 바다와 정원이 어우러져 카메라만 갖다 대도 멋진 사진이 나오는 비즈카야 뮤지엄도 빼놓고 갈 수 없는 곳이다. 쇼핑을 좋아한다면 사우스비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링컨 로드몰과 각종 명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대규모 쇼핑몰인 소그래스밀즈몰에 들르면 된다.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겨울에 휴가 가고 싶은 곳으로 손꼽히는 마이애미는 적어도 드라마 'CSI'의 모습보다는 훨씬 아름다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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