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지역 발전, 지방 문화 융성 견인한다

영양군은 '육지 속의 섬' '전국 최고 오지'라는 불명예를 받아 왔다.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 영양으로 발령받은 기관장들 사이에서는 '울면서 들어왔다가, 울면서 나간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될 정도로 깊은 산 속 골짝 마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만큼 영양 사람들의 마음은 때묻지 않은 순박함으로 외지인들 가슴에 깊은 울림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영양 사람들은 산촌 생활의 고달픔 속에서 전통문화와 놀이를 통해 삶의 즐거움을 찾았으며, 모의 재판극인 '원놀음'을 통해 정치에 적극 개입하고 한 해 농사의 풍년과 공동체의 화합을 도모하는 등 어디에도 뒤처지지 않는 문화적 자긍심을 가지고 살았다.

하지만 지방화 시대에 접어들어 지역 발전과 문화 발전이 함께 이루어지면서 '낙후'의 대명사였던 영양지역의 문화도 발전하지 못하고 쇠락하거나 잊히는 듯했다. 사람이 떠나가고, 생업에 쫓기면서 문화는 뒷전으로 밀리고 먹고사는 문제에만 매달려 왔다.

지난 2월, 4년 임기의 문화원장으로 재선임되면서 가진 생각이 '지방 문화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지역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잘사는 동네 주민들이 반드시 문화 수준이 높다는 등식이 성립되지는 않지만, 지역개발과 지역산업 발전을 통해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 뿌리에 반드시 지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필요하다.

지난 4년 동안 영양지역은 예전에 없었던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산지가 86%를 차지하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영양군이 동식물 보존의 최적지로 인정을 받으면서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 건립 대상지로 최종 확정됐다. 또 구제역 등 각종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고 청정한 지역으로 한우와 젖소 등 유전자원의 보존을 위한 최적지로 평가돼 '젖소개량사업소 분산사업장'이 들어서고 '한우개량사업소'가 한창 공사 중에 있다.

영양산나물축제의 활성화를 통해 필요성과 당위성이 인정된 '국가산채식품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조만간 결정될 것이다. 지역 대표 농산물 고추의 안정적인 소득 보장과 더불어 지역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고추산업특구에는 김치가공공장을 유치했으며 그린푸드와 네이처셀 등 2개 업체가 입주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으로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다.

게다가 340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로 쓰여진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 개발사업이 추진 중이다. 석보면 두들마을 음식디미방 체험관, 한식당 및 한식예절 체험공간 등은 미래 현대인의 식문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영양 사람들의 최고의 자랑거리다. 영양 사람들은 그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그 속에서 안도하면서 살아왔다. 사람이 빠져나기만 하고 들어오지 않았던 영양에서 살면서 주민들은 단지 '조상의 땅, 조상의 문화'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이제 영양이 변하고 있다. 덩달아 영양 사람들의 의식도 바뀌고 있다. 지역 문화를 즐기고, 문화를 통해 자긍심을 얻고, 각종 개발과 국책사업 유치 등 지역이 발전하는 모습에서 자부심을 되찾고 있다. 한마디로 영양 사람들의 문화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영양문화원은 앞으로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전통문화 계승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지역의 문화적 역량 강화와 주민들의 문화 욕구 충족에 노력할 것이다.

그동안 문화원은 영양산나물축제 기간 중 전국한시백일장 개최와 서예회원 통합 전시회, 세계유교문화축전 야간고가공연 등 많은 일들도 해 왔다. 앞으로는 지역 문화계의 대표자로서 '문화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지역개발'이 가능하도록 힘쓸 각오를 다진다. 지역 문화를 책임진 중책을 맡고 있으면서 열정적 에너지를 쏟아 꿈을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지역민의 문화에 대한 관심과 격려, 지역 발전을 위한 협조와 조언이 늘 함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박종태/영양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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