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소위 텃밭으로 여기는 대구'경북을 대하는 안하무인(眼下無人)적인 시각이 도를 넘었다. 대구시장 선거판에서도 시나브로 낙하산 공천설을 흘리더니, 포항시장 후보감으로 서울에서 활동한 낯선 여성 정치인을 전략공천하면서 지역 민심을 뒤흔들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포항을 여성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하고, 친박으로 분류되는 김정재 전 서울시의원을 시장 후보로 내세웠다. 그러자 일찌감치 선거전에 뛰어들었던 다른 후보들과 시민들이 지역 정서는 안중에도 없는 경선 개입이라고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앙당의 난데없는 여성 전략공천 방침을 접한 포항시장 후보들은 어제 포항시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지고 새누리당의 전략공천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들은 중앙당이 방점을 찍은 여성 공천이 확정될 경우 탈당은 물론 무소속 연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선거에서 여성 후보를 배려하려는 취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경북 최고의 도시 포항에 시민들의 뜻도 묻지 않고 포항에서 활동하지도 않은 여성 후보자를 왜 느닷없이 낙하산식으로 내정하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이 여성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경쟁력도 없는 인물이다.
이번 포항시장 후보의 여성 전략공천은 새누리당이 기초단체장 공천 폐지를 뒤엎은데다 하나마나 한 정개특위 쇼에 이은 세 번째 큰 실수다.
새누리당 중앙당은 여기에 대해 어떤 현란한 변명을 늘어놓을 것인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를 친박이라는 명분만으로 특혜를 주려는 시도가 언제까지 통할 것으로 보는가. 지역 정서를 도외시한 일방적인 공천은 유권자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턱도 없는 공천 파문을 일으키며 대구'경북민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던 작태가 어제오늘의 일이던가. 식목일날 텃밭 가에 부지깽이 꽂듯 대구'경북 선거판에는 갑남을녀라도 새누리당 깃발만 달아 세우면 재목이 된다는 생각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듯하다.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박심(朴心)이니 청와대의 의중이니 하는 얘기가 떠돌 때마다 '차라리 야당 후보를 택할 것'이라는 격앙된 목소리가 여론 지도층에서조차 공공연히 나왔음을 직시해야 한다. 대구든 경북이든 유권자들의 뜻을 묻는 경선 절차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포항시장은 시민이 뽑는 것이지, 중앙 정치권의 기득권을 사수하는 자리가 아니다. 지역 정서를 하찮게 여기고 지방선거를 상전의 입장에서 재단하려는 오만한 태도가 돌이킬 수 없는 패배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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