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중국인 강제징용 배상 소송 받아들인 중국 법원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된 중국인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중국 법원이 받아들였다. 37명의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미쓰비시 머티어리얼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심리에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자국민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에 대해 각하했던 중국 법원이 태도를 바꿔 재판 절차를 개시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일본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일본은 아베 총리 집권 후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하고 위안부 문제나 난징 대학살 등 명확한 사실에 대해서조차 이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해 왔다. 중국 법원이 심리를 결정한 데는 일본의 이런 과거사 인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국의 재판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앞서 강제징용 피해 중국인들은 일본 법원을 상대로 1995년부터 14건의 관련 소송을 제기했지만, 일본 법원은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일본은 1972년 중'일 공동성명에서 중국 정부가 배상청구권을 포기한다고 명기, 개인 배상 청구권도 소멸됐다는 주장이다. 이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개인 청구권 문제까지 완전히 해결됐다는 주장과 같다. 중국 법원 역시 2000년 중국인 징용자들이 5개 기업을 상대로 손배소송을 제기했으나 각하한 바 있다.

중국 법원이 입장을 바꿔 소송을 받아들인 것은 일본에 과거사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하라는 주문이다. 한국 법원 역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일본이 재판에 대해 한'일, 중'일 관계에 끼칠 악영향만을 강조해서는 동북아 우호는 한 걸음도 나가기 어렵다. 한'중 법원이 이런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오히려 일본에 과거사를 딛고 앞으로 나갈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일본은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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