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은 1952년 미국에 이어 소련도 1953년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하자 이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런 폭탄으로 전쟁을 하면 인류는 멸망하겠지만 그 때문에 그런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하원 연설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이 새로운 공포는 인류 절멸의 평등 원칙을 초래할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우리가 희망과 심지어 확신을 갖고 잠재적 파괴의 보편성에 의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가 전면 핵전쟁으로 발전하지 않았던 것은 처칠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미국과 소련이 핵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지 않은 것은 처칠이 말한 '인류 절멸의 평등 원칙' 즉 공멸(共滅)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런 공포심에 기반한 핵전략이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기초를 마련하고 케네디 행정부 국방장관 로버트 맥나마라가 다듬은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이다.
이 전략의 개념은 매우 간단하다. 핵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 핵전쟁도 없으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핵 공격의 사상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런 가정하에 맥나마라는 핵 공격 목표를 군사시설로 제한했던 종전의 전략 개념을 폐기하고 도시를 목표로 잡았다. 한마디로 미친 짓이다. 얄궂게도 이 전략의 영문 머리글자를 합하면 'MAD'(미친)가 된다.
미친 것은 소련도 마찬가지였다. 미'소가 1972년 '탄도탄 요격 미사일 조약'을 체결, 장거리 미사일 방어 시설을 상호 금지하기로 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방어 시설이 MAD의 작동을 막아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미친 짓이 미'소 간 핵전쟁을 막았다는 것이 역사가들의 평가다.
크림 공화국 합병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과 서방이 대(對)러시아 경제제재를 들고 나온 가운데 러시아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제제재는 양측 모두 치명상을 입을 수 있어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 또한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을 두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경제적으로 상호확증파괴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냉전 시대 용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니 '신냉전'이 시작됐다는 소리가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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