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전시 '2014 GAP(GlassBox Artist Project)'가 29일까지 봉산문화회관 1~3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봉산문화회관이 2007년 신진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유리상자-아트스타'의 연장 선상에서 기획됐다. 그동안 '유리상자-아트스타'를 통해 소개되었던 44명의 작가 가운데 8명의 작가(강윤정'권재현'김정희'이지영'정민제'백장미'김안나'신강호)를 선정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이기 때문이다. '유리상자-아트스타'가 톡톡 튀는 발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젊은 작가들의 패기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라면 'GAP'는 작가들의 성장과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다. 이런 의미에서 '공간의 틈' '시간적 여백' '차이' '공백' 등의 의미를 내포한 'GAP'는 '유리상자-아트스타' 전시의 성장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번 전시 주제는 '태도, 전체가 아닌'(attitude, not-all)이다. 이는 젊은 작가들이 미술을 대하는 의식과 그 의식을 통해 표출된 형식들을 조명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 협력기획자로 참여한 남인숙 미술평론가는 "'유리상자-아트스타'를 통해 작품을 발표한 작가들을 특정 시점에서 재조명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오늘날 미술에서 점검하고 싶은 우선 과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다 자연스럽게 '태도, 전체가 아닌'이라는 주제에 이르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장르는 다르지만 현미경과 망원경을 교차해서 보듯 현상에 대한 은유를 통해 타성에 젖은 사물에서 새 언어를 발굴해 냈다"고 설명했다.
강윤정 작가는 책의 기능적 형태를 분해해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현상을 만들어냈다. 권재현 작가는 껍데기만 남은 인간을 통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권 작가는 "다들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사회가 만든 룰과 형식에 덧씌워진 존재일 뿐이다. 알맹이(인간 본연의 성질) 없는 제도화된 인간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희 작가는 공간읽기를 시도한다. 김 작가는 탁본을 통해 늘 보거나 지나치면서도 읽지 못하는 공간을 읽으면서 공간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확장시켜 준다. 봉산문화회관 3층 전시실 복도를 대상으로 하는 공간 읽기를 통해 김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자신을 둘러싼 현재의 공간 바라보기를 권한다. 이지영 작가는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한 뒤 관람객의 모습을 담는다. 이는 수많은 카메라에 노출된 우리 삶의 모습을 대상화한 것이다.
정민제 작가는 바느질로 만든 화분을 통해 어머니로 살아가는 한 여인을 바라보는 딸의 시선을 조형화했다. 정 작가의 '숙이네 정원'은 촌스러운 정서가 핵심이다. 정 작가가 구사하는 천 바느질 작업은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다소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관람객들에게는 정감을 주는 요소가 된다. 백장미 작가는 검은색 비닐 빨대를 이용해 구조물을 만들어냈다. 구조물은 성장이라는 미명하에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있는 높은 건물 등을 상징한다. 백 작가는 견고하게 보이는 구조물도 가볍고 부서지기 쉬운 것으로 구축되었다는 은유를 통해 불편한 것을 감수하면서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김안나 작가는 디지털기술과 자연이 결합한 세계의 매력을 조형화한 작품을 선보였으며 신강호 작가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선 조형물을 통해 거대한 네트워크 속에서 존재 가치를 찾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아냈다.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이 19일(김정희'이지영), 21일(권재현), 22일(김안나'신강호'정민제), 29일(강윤정'백장미) 열릴 예정이다.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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