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떠한 상황을 설명하는 단어로 정중동(靜中動)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이것을 풀이하면 '조용히 있는 가운데 어떤 움직임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느낌을 잘 표현한 것은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살풀이 춤사위다. 움직임이 있다가 멈춘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움직임은 없지만 움직임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가 있다. 이는 철학적으로 매우 깊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것을 21세기에 맞게 해석해 보면 매우 흥미롭다. 21세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18세기 후반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을 기초로 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혁명은 인간이 발명한 불의 힘을 기존의 난방이나 조리용으로만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게 활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소나 말 그리고 물과 바람의 힘을 이용하여 농사나 물을 양수하는 용도로 활용하였다.
그러나 산업혁명은 이러한 동물이나 자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석탄의 연소에 의한 열을 바로 운동에너지로 변환하여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 응용된 것이다. 상상할 수 없이 무거운 기관차를 이런 에너지로 움직이고 수많은 기계를 가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이 처음으로 기계를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움직임이 없던 시대에서 움직임이 매우 활발한 시대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19세기 후반 미국의 발명가 에디슨은 수많은 전기 관련 발명품들을 만들어 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서 20세기에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제품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새로운 기술의 이어지는 발달로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녹음기, 전화기, 녹화기 등 수많은 전기 전자 제품들을 생활 속에 널리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20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제품들은 복잡한 구조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 비디오 레코드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헤드를 이용하여 자기테이프에 기록된 신호를 읽어 내거나 외부의 신호를 기록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테이프를 넣거나 뺄 때 그리고 테이프를 헤드 부분에 이동시키는 것에 많은 구동 모터가 필요하였다. 그러나 21세기가 된 지금 그렇게 복잡하던 것이 매우 단순화되는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복잡하기만 했던 비디오 레코드는 우리들의 호주머니 속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가 버렸으며 회전하던 모터와 수많은 조작 단추들이 함께 사라졌다. 또한 워크맨이라는 일본 소니사의 제품 이름으로 대표되던 카세트테이프리코더는 움직임이 하나도 없는 MP3 플레이어라는 개념의 제품으로 진화하였다. 불과 몇 년 사이 움직임이 전혀 없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터치하여 조작하는, 터치스크린의 시대가 되었다.
최근에는 가장 복잡한 내연 기관인 휘발유 자동차도 매우 간단한 구조의 전기 자동차로 변화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전기에너지도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 터빈의 회전력에 의해 얻는 것에서 움직임이 전혀 없는 솔라셀에서 대규모로 전기를 얻는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는 디지털 북의 보급으로 종이로 된 책장을 넘기는 장면은 옛 추억이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 전통 춤사위가 표현했던 정중동의 개념을 21세기적인 해석으로 바꾼 것과 비슷하다. 움직임이 없는 제품들 속에서 동작이 있는 그러한 시대로 전이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은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문명과 기술의 출현에 의해 가능해진 것이다.
미래는 지금까지 변화해 왔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이다. 그리고 더욱더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남은 21세기와 앞으로 닥쳐올 미래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준비의 첫걸음은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들이 합리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다. 또 이 사회를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철학과 규범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부용/대가대 교수· 환경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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