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방폐장) 건설 과정에서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발주처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5억 원대 뇌물 잔치를 벌인 것은 국민을 분노하게 한다. 국민들은 이미 지난해 위조 부품 납품을 둘러싼 한국수력원자력㈜ 임직원들의 비리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혹독한 불편을 경험했다. 당시 비리의 기억이 가시기도 전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임직원 비리가 또 불거졌으니 원자력 관련 회사 임직원들의 도덕 불감증이 그저 놀랍다. 방폐장 건설을 감시 감독해야 할 기관이 시공사로부터 돈을 받아 챙겼으니 공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이번 뇌물 비리는 전형적인 건설 비리의 한 단면이다. 주 시공사인 대우건설 측이 하도급 업체로부터 5억 2천500만 원을 거둬 뇌물로 뿌린 것으로 수사를 한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밝히고 있다. 뇌물 고리에 연결된 비리 혐의자도 19명이나 된다.
뇌물을 받은 발주처의 잦은 설계 변경으로 공사 기간은 길어지고 공사비는 껑충 뛰었다. 실제 방폐장 1단계 건설공사는 착공 후 5차례나 설계 변경이 이뤄지며 애초 2천584억 원이던 공사비가 6천80억 원까지 불어났다. 공사 기간도 48개월 연장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 책임자는 6천900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방폐장은 1986년 정부가 사업에 착수한 지 19년 만에야 정부의 안전성 설득과 3천억 원의 특별 지원금 지원을 조건으로 경주에 유치됐다. 여기에는 방폐장이 건설 과정뿐 아니라 향후 운영 과정에서 조금도 안전성에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번 비리는 이런 전제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방폐장은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일대 214만여㎡에 총 80만 드럼을 저장하는 국책 사업이다. 그중 1단계 공사는 10만 드럼 수용 규모로 현재 공정률 98%에 이르고 있다. 오는 6월이면 준공된다. 그런데 1단계 공사서부터 뇌물 비리가 터졌으니 공단 측으로서는 할 말이 없게 됐다.
공단 측은 '구조적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뇌물부터 받아 챙긴 공단이 무엇을 근거로 이토록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원전이나 방폐장 사고는 국민들의 안전과 직결된다. 원전이나 방폐장이라면 작은 비리도 크게 봐야 한다. 하물며 이번 비리는 작은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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