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웰빙 바람을 타고 막걸리 판매가 급격히 증가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물론 일본 등 해외에서도 막걸리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최근 막걸리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이를 두고 '막걸리는 옛날 술' '제조방식이 비위생적'이라는 선입견과 오해가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대학생 김태영(25) 씨는 "막걸리 제조과정을 떠올리면 '손맛'이 떠오른다"며 "개량을 하거나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기보다 전통적으로 전수된 방식으로 술을 제조할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걸리 제조에는 '과학'이 담겨 있다. 요즘 막걸리 제조 현장은 현대화된 시설에 연구소까지 갖췄다.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 술이다.
◆막걸리의 과학, 온도와 효모
이달 19일 오후 대구 동구 불로동 대구탁주 1층 발효실에 들어서자 시큼한 발효 향이 코를 찔렀다. 발효실은 막걸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국'과 '밥'을 만든다. 대형 원통에 쌀을 자동으로 넣으면 설비들이 알아서 밥을 짓는다. 술밥은 증기로 찐다. 술밥은 일반 밥과 달리 수분이 적어 서로 뭉치지 않고, 발효 속도도 빠르지 않아 술의 풍미를 더한다고 알려졌다.
발효실 내에는 높이 1.5m, 지름 1m의 대형 원통 150여 개가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대구탁주 김승대 사무국장은 "국과 효모, 밥을 섞어 발효시키는 과정"이라며 "일정한 온도 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막걸리를 만드는 주인공은 바로 '효모'(酵母)다. 곰팡이, 버섯 같은 진균류(眞菌類)에 속한 미생물로 발효를 통해 빵과 술, 장 등을 만든다.
효모를 활성화하려면 '주모'(酒母)라는 술의 씨앗을 만들어야 한다. 주모를 만드는 이유는 우량 효모를 만들기 위함이다. 효모가 혈기 왕성해야 좋은 향과 풍미 그리고 높은 알코올 도수가 나온다. 반대로 효모가 힘이 없으면 술이 잘 안 되고 향도 좋지 않다.
대구탁주 2층 연구소에서는 효모와 주모를 연구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일정한 온도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효모는 20~25℃ 사이 상온에서 배양한 뒤 보관할 때에는 5℃로 맞춰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막걸리는 우리 몸에 유용한 술이다. 막걸리는 유산균이 요구르트보다 10배나 많고 다이어트, 항암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막걸리 100㎖의 열량은 45㎉ 정도로, 같은 양의 우유(60㎉)나 오렌지주스(50㎉)보다 낮다. 막걸리를 하루 1, 2잔 정도 마시면 다이어트와 미용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깨끗하고 다양한 막걸리
젊은 층들은 막걸리에 대해 간혹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대학생 김범식(25) 씨는 "막걸리 파는 식당에 가면 주전자에 주니까 어떻게 만든 건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막걸리는 제조 과정에서 청결을 제일 중시한다. 대구탁주는 3년 전 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제품 표준화에 성공했다. 이날 제품 포장 라인에는 직원이 단 두 명에 불과했다. 빈 병에 막걸리를 채워넣고 상자에 집어넣는 전 과정이 자동화돼 있었다. 특히 '깨끗함'이 생명이었다. 막걸리를 병에 넣는 작업은 외부와 차단된 '클린룸'에서 이뤄졌다. 소독된 빈 병을 두 번이나 씻는 것은 물론, 막걸리가 담긴 병에 병마개가 끼워지기까지 노출되는 시간은 1초도 되지 않았다. 대구탁주 관계자는 "예전에 손으로 만들던 막걸리는 이제 없다고 보면 된다"며 "특히 신선도를 유지하려고 매일 일정한 양만큼만 제조해 출고하며, 일이 끝나면 작업장을 항상 물청소한다"고 말했다.
이때 갑자기 막걸리를 담은 병 한 개가 넘어지자 자동으로 설비가 멈췄다. 이는 혹시라도 모를 막걸리 품질 이상을 막기 위해서다. 최종국 대구탁주합동협회장은 "용량에 오류가 생겨도 센서가 자동으로 감지해 이를 걸러낸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구탁주는 젊은 층 입맛에 맞춰 맛을 좀 더 부드럽게 한 '불로막걸리 마일드'를 개발, 작년 연말에 출시했다. 막걸리가 '옛술' '중장년층의 술'이라는 인식은 이미 멀어지고 있다. 최 회장은 "불로막걸리 마일드는 숙취가 적은 것은 물론 텁텁한 맛을 줄인 것이 특징"이라며 "막걸리 업계는 깨끗함과 다양성을 모두 충족시키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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