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보내기 싫어하던 님을 보내야만 했던 김소월은 진달래꽃을 이별의 서정시로 승화시켜 우리들의 가슴을 울렸다. 조국의 애환을 겪은 친숙한 어머니 같은 꽃, 얼마 지나지 않아 온 산천에 붉은 핏빛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마중할 것이다. 진달래가 만개하면 나는 좋다. 옛날이 그리워지고 따스한 봄이 찾아드는 곳곳을 헤집고 다닐 수 있게 여유로움을 알리는 계절의 신호등 같기 때문이다.
진달래꽃에는 슬픈 전설이 내려온다. 옛날 중국 촉 나라의 두우는 나라가 망하자 두견새가 되어 밤이고 낮이고 슬피 울었다고 한다. 그 맺힌 한으로 피를 토하고 울고 또 피를 토하고 피맺힌 한이 땅에 떨어져 진달래꽃에 스며들어 붉어졌다고 한다. 두견새는 봄이 되어 핏빛 같은 진달래를 보면 더욱 슬피 우는데 한 번 우는 소리에 진달래꽃 한 송이씩 떨어진다고 하는 애틋한 사연이 있다.
이른 봄 시골 친구들의 놀이터인 마을 뒷산은 진달래꽃으로 만개한다. 봄 냄새를 만끽하고 겨울의 지루함을 이기고자 진달래꽃 따러 집을 나선다. 탐스러운 꽃송이 반은 입으로, 한참을 먹다 보면 배고픔을 달래는 한 끼 식사가 되었고 입술은 진달래꽃 색소로 붉다 못해 푸르게 물들어진다. 한 아름 가지를 꺾어 장독 큰 항아리에 꽂아 두고 오래오래 행복하였고 햇살 좋은 선생님의 책상 꽃병도 화사하게 장식하는 봄의 화신이었다. 봄이 되면, 겨우내 움츠렸던 신체 리듬을 회복하고 생명체의 탄생을 축하하며 마을 화목을 위한 연례행사로 화전놀이가 성행하였는데 그 재료로 진달래꽃을 많이 이용하였다.
애주가들은 진달래 하면 두견주가 떠오를 것이다. 두견주는 진달래꽃을 섞어 담는 향기로운 술을 말한다. 진달래꽃 빛깔이 그대로 술에 녹아 있어 높은 주도에도 부드럽고 감칠맛이 강하고 혈액순환촉진, 피로회복, 항산화성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3대 가양주로 손꼽을 정도로 그 맛과 향이 일품인 최고의 전통발효주이다.
몇 년 전, 연구를 위해 학생들과 야산으로 진달래꽃 채집을 나갔다. 한참 채집에 집중하고 있는데 경찰이 왔다. 누군가의 신고가 있었던 것 같았다. 연구에 대한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던 적이 있다. 그 연구결과 진달래꽃에는 피부의 유연성을 촉진하고 미백과 주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특이한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화장품에 적용한 예도 있다.
우리 민족의 실생활에 깊숙이 관여한 진달래꽃. 고향을 그리는 마음의 쉼터에도 항상 등장하는 진달래꽃. 절제, 청렴, 사랑의 희열(기쁨)이란 꽃말을 담은 헌신적인 사랑을 고백한 진달래꽃. 올봄 연인들이 사랑 고백을 할 때 장미 대신 진달래꽃을 이용해 보면 좋겠다.
안봉전 대구한의대학교 화장품약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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