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서각의 시와 함께] 혁명-이재무(1958~ )

무릇 혁명을 꿈꾸는 자

꽃나무를 닮아야 한다

가지가 꺾이고 줄기가 베어져도

뿌리 남아있는 한 악착같이 잎 틔우고

꽃 피워 마침내 열매를 맺어야 한다

저마다의 외로움을 나이테로 새기면서

지면을 푸르게 물들이다가

바닥에 쓰러지는 날

이웃한 나무들의 거름이 되어야 한다

-, 2014. 봄.

시는 물론 인간의 삶에 대한 글쓰기다. 그것을 직접적으로 말하면 철학이 되고 만다. 비유적으로 말해야 시가 될 수 있다. 이하석 시인은 시 쓰기에 있어서 비유의 중요함을 말하곤 한다. 시에 있어서 비유의 비중이 크다는 뜻일 터이다. 가장 적절한 비유를 찾아내는 것이 좋은 시를 쓰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재무의 이 시는 혁명가를 꽃나무에 비유하고 있다. 꽃나무는 가지가 꺾이고 줄기가 베어져 뿌리만 남아 있을지라도 끝내 좌절하지 않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열매를 맺은 다음 잎을 떨구고 마침내 쓰러져 이웃한 나무들의 거름이 된다. 혁명가도 그러해야 하리라. 체 게바라가 그런 혁명가일 것이다.

혁명은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기초, 사회제도, 경제제도,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이라고 사전에서 풀이하고 있다. 혁명인가 아닌가는 대체로 역사학자들이 명명한다. 우리 현대사에서 4'19를 4'19혁명이라 부른다. 그런데 4'19는 안타깝게도 미완의 혁명이었다.

시인 kweon5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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