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천 콘크리트 맨홀 생산업체, 입찰액 계산 실수로 파산위기

김천의 한 중소기업이 121억원에 달하는 조달납품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원가 계산을 잘못해 파산 위기에 처했다.

콘크리트 맨홀 생산업체인 김천시 봉산면 ㈜세원콘크리트는 지난 1월 17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입찰공고한 한국전력공사의 조립식 맨홀 공급 계약에 참여해 모두 4건, 121억원 상당의 맨홀 납품 계약 낙찰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업체 김규일 대표는 "처음 참여한 입찰인데도 6건 중 4건, 121억여원의 납품 계약을 따낸 점이 이상해 내역을 확인했다. 다른 업체들은 낙찰 예정가의 120% 수준으로 입찰에 참여했는데, 우리는 예정가의 88%에 투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놀란 업체 측은 시방서를 기초로 원가를 재산정했다. 다시 계산해보니 조달청 예정가는 원가에도 못 미쳤고, 업체 측은 엄청난 손해를 떠안게 됐다. 김 대표는 "조달청 제시 예정가격이 제조원가보다 10% 이상 부족했다. 계약을 맺고 121억원의 제품을 모두 납품할 경우 30억원가량 손실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런 이유를 들어 조달청에 낙찰 대상자 선정 보류를 요청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05년 창업한 후 조립식 맨홀 제품의 특허를 취득하고, KS 인증도 받으며 회사를 키워왔다. 그러나 이번 입찰 실수로 입찰보증금 6억원을 떼이고, 한동안 입찰에 참가하지 못한다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직원 30여 명은 물론 많은 협력업체의 생계가 달린 만큼 낙찰자 선정 및 부정당업자 제한에 대한 재검토를 해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그러나 조달청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하지 않을 경우 6억원대의 입찰보증금을 귀속시키고 부정당업자로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서울지방조달청 관계자는 "예정가격이 원가보다 낮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 계약의 경우, 지난해 한 업체와 계약해 납품받은 실적이 있다"며 "해당업체가 철근 원가계산을 잘못해 입찰단가를 낮춰 투찰한 것이므로 책임 소재는 해당 업체에 있다"고 했다.

조달청은 김 대표가 요구하는 낙찰자 선정 보류는 규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 대표가 손해를 줄이려면 정상적으로 계약을 한 뒤 다시 계약파기를 하면 2억5천여만원의 과징금과 6개월의 입찰참가제한으로 제재가 다소 약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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