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은 24일 오전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 책임지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다. 만약 이 제안을 거부할 경우 뜨거운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를 외면할 경우 저는 중대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팔공총림 방장인 진제 스님으로부터 새로 주지 지명을 받은 효광 스님 측의 자진 퇴진을 요구한 것이다. 성문 스님은 이날 오전 동화사 설법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달 20일 방장인 진제 스님에 의한 차기 주지 효광 스님 지명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동화사와 신도회 등의 반발 기류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성문 스님은 이어 "종헌종법에 방장의 주지 후보 지명을 규정하고는 있지만, 그 역시 총림대중의 뜻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이뤄져야지 이번처럼 공권력까지 동원된 총림의 임회에서 이런 웃지 못할 희극이 연출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성문 스님의 기자회견장에 배석한 한삼화 동화사 신도회장과 류병선 조계종 제9교구 신도회장도 강하게 반발했다. 그들의 반응은 더 직설적이었다. 대구 불교를 상징하는 동화사의 문제인 만큼 대구 불교계의 자존심이 걸린 심각한 사태라고 규정했다. "불가에서 하는 일을 속인들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면서도 "이번 일만큼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신도회의 뜻을 한데 모아나갈 것임을 예고했다. 두 사람은 대구지역 불자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평소 불교계를 대변해온 새누리당 주호영 대구시당 위원장도 "아무리 생각해도 모양새가 너무 좋지 않다. 성문 스님에 대해서는 의리상으로도 그럴 수 없는데…"라며 조심스레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성문 스님 기자회견문…"공권력 동원된 임회, 총림 명예 실추"
동화사 주지로서 지난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진제 법원 대종사를 방장으로 모셨고, 총림의 설치가 성취된 것은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라고 자부합니다. 총림 지정을 위해 발 벗고 나섰던 것은 무엇보다 역대 교구본사 주지 선거에서 벌어졌던 선거의 폐해와 산중의 분열갈등을 종식시키고자 했던 일념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총림 안팎에서 방장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무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갖은 음해와 사실무근의 악의적 보도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지난 3월 20일 임회가 열린 날 경찰 3개 중대와 다수의 사설 경호원들을 경내까지 끌어들여 스님들과 불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직접 공권력을 끌어들여 임회를 강행한 것은 총림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불경스러운 행위임이 자명합니다. 복면괴한의 존재 자체가 불명확합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종정예경실 자작극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공권력을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동원한 희대의 '대국민 사기극'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 책임지는 조치를 취해 주기를 촉구합니다. 대구경북 불자와 시민 여러분에게 염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을 참회 드립니다.
▷동화사 신도회 반응-"대구불교계 자존심 걸린 중대사"
동화사 신도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동화사를 넘어 대구 불교계의 자존심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신도회에서는 팔공총림 방장으로 모신 뒤에도 진제 스님이 스님의 개인사찰인 부산 해운대의 해운정사에 머물러 온 사실을 예로 들며 팔공총림 방장을 맡으신 어른이 동화사나 팔공산 자락에 머물지 않는다는 게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들이었다.
한삼화 동화사 신도회장은 "신도들은 시쳇말로 '멘붕' 상태다. 현재까지 벌어진 일들만 해도 대구경북은 물론 우리나라 불교계 전체에 너무나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한 회장은 또 "상식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있을 수 없는 일이 동화사에서 벌어졌다.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해할 수도 없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임회 직후부터 신도들의 흥분된 전화를 수도 없이 받았다고도 했다.
류병선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신도회장도 "이번 사태를 도저히 가만히 볼 수 없어 불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기회를 만들지를 두고 논의했다"라고 성문 스님 기자회견장 배석의 배경을 설명했다. 류 회장은 이어 "성문 스님이 주지로서 동화사의 팔공총림 승격을 이끌어 냈고, 지역 불교계 화합을 위해 큰 노력을 했다. 그 소임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래야 지역 불교계의 발전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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