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개봉한 영화 '최종병기 활'. 영화 속 최후 대결에서 청나라의 명궁 쥬신타(류승용 분)는 남이(박해일 분)에게 조롱하듯 말한다. "바람을 계산하느냐? 바람마저 널 도와주지 않는구나." 찰나 간의 정적이 있은 뒤, 활시위를 떠난 남이의 화살은 휘어져 날아가 쥬신타의 목에 박힌다. 남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며 죽어가는 쥬신타에게 명대사를 던진다. "두려움은 직시하면 그뿐…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한국 영화사에 활을 주제로 한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모두 흥행에 대성공을 거뒀다. '최종병기 활'이 745만 명으로 2011년 최고 관객 수를 기록했고 '신기전'도 372만 명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세상에 많은 무기가 있지만 우리 민족은 특히 활을 좋아했다. 활은 한반도에서 후기 구석기시대에 등장한 이래 우리 민족의 대표적 원격 무기이자 풍류였으며 문화였다.
조선시대 유학자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중국의 창, 일본의 총, 조선의 활을 천하의 으뜸이라고 기록했다. 우리 민족을 가리켜 중국인들이 '동이'(東夷)라고 부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동이의 '이'(夷)자를 파자(破字)해보면 '큰 활'(大弓)이라는 글자가 나온다. 동이는 즉, '큰 활을 잘 쏘는 동쪽 민족'이라는 뜻인 것이다. 활을 좋아하는 DNA가 우리 민족에게 있다고 가정하면, 그중 으뜸인 곳은 경상북도 예천이다. 예로부터 예천은 '활의 고장'으로 불렸다. 예천에서는 조선시대 때 안동권씨 왕산골 입향조인 익철공(翼撤公)이 마을을 개척하면서 활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예천의 활 제작기법을 전수한 사람들에 의해 전국 국궁의 70%가 생산되고 있다.
활의 고장 예천의 위상은 양궁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1979년 서독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기적의 5관왕을 차지한 이는 당시 예천여고 2학년인 김진호 선수였다. 예천군은 1983년부터 남'여 2개의 양궁 단을 창단해 운영하고 있는데, '신궁'(神弓)이라고 불린 김수녕을 포함한 10여 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했다.
예천군이 10월 15~19일 제1회 예천세계활축제를 개최한다. 예천세계활축제는 각종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한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천은 세계활축제를 계기로 활 종합단지(가제) 구성과 활문화의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 등 야심 찬 그림도 그리고 있다. 세계적인 활의 도시, 예천의 비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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