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뒷돈 써가며 교과서 값 올려 달래서야

교과서 채택을 둘러싼 리베이트설이 또 불거졌다. 한 교과서 출판사가 동종 업종 출판사 두 곳이 리베이트를 뿌렸다며 공개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출판사를 상대로 분쟁 조정 신청을 냈다. 이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는 검정 당시 최고 점수를 받았지만 최종 채택률은 4.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출판사는 근거로 다른 출판사들이 전국에 거쳐 총판을 통해 금품을 뿌린 정황과 교사들에게 건넨 지도서'CD'수업 지도 자료집 등을 내세웠다.

아직도 교과서 채택을 두고 금품이 오간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실망스럽다. 한국검정교과서 직원이 뒷돈을 받아 적발된 것이 불과 수년 전이다. 교사가 특정 교과서를 채택하는 대가로 뒷거래를 하다 적발된 적도 있다. 내용과 품질로 승부하지 않고 학교와의 친소 관계나 로비력으로 교과서 채택 여부가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관행이라면 교과서 값 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뿌리를 뽑았어야 할 일이다.

가뜩이나 출판계는 교과서 가격을 대폭 올리려다 여의치 않자 교과서 출판을 거부하고 있다. 교과서 출판사들은 지난해 평균 6천325원이던 교과서 가격을 1만 995원으로 73%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2009년 교과서 가격 자율화 이후 교과서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자율화 이후 고교 교과서 값은 28.7% 올라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 지수 상승률 3.6%를 크게 웃돌았다. 보다 못한 교육부가 다시 교과서 가격 조정 명령제를 도입하자 출판업계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가 교과서 가격 인상률을 낮춰 줄 것을 요구하자 출판계는 원가에 못 미친다며 교과서 발행 '공급을 아예 중단해 버렸다.

교육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필요하다면 사법기관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판촉 로비로 교과서 채택 여부가 결정된다면 교과서는 좋아질 수 없다. 이번 기회에 교과서 원가 공개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교과서 출판사들이 과도한 판촉비를 들이고 그 경비를 교과서 값에 반영하려 드는 것은 명분 없는 짓이다. 원가만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국민들도 출판사의 교과서 값 대폭 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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