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먹기 위해 사는 것일까. 살기 위해 먹는 것일까.'
가장 고전적이며 철학적(?)인 음식 관련 명제를 생각하다 보니 얼핏 떠오른 말이다. 장발장은 한 조각 빵을 훔친 대가로 19년을 감옥살이했고, 60대 이상 세대들에게 '보릿고개'는 맛보다 생존의 문제가 우선됐던 시절일 것이다. 하지만 풍요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제 먹거리는 맛보다 멋을, 양보다 질을 선호하는 시기를 살고 있다.
"이제는 보고 느끼는 음식이 중요시되는 추세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식사공간은 오감을 만족하는 공간으로 만족스러운 맛을 결정짓는 요인 중 시각이 87%을 차지하며 촉각은 3%, 미각은 1%에 불과할 뿐입니다."
25년 경력의 화훼가이자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대구가톨릭대학교 디자인대학원 플로럴 디자인과 외래교수인 이나희(53) 씨는 10여 년간 대학에서 강의경험을 바탕으로 대구지역 식당을 찾은 335명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맛이 곧 미각이자 미각이 곧 맛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일 것'이라는 기존의 관념을 뒤집은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식공간 연출에서 시각적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학력과 소득수준이 높았으며 식탁을 구성하는 계절적인 감각에도 보다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씨에 따르면 가정에서도 중후하고 격조 높은 식탁의 멋을 내려면 갈색계통의 색상을 중심으로 베이지, 진홍, 진녹색 계열의 색을 이용하면 한결 멋스런 식공간을 연출할 수 있으며 나타내고자 하는 분위기 연출에도 색상은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우아함을 주제로 한다면 자주색 계열을, 로맨스를 연출하려면 핑크 계열을, 캐주얼한 분위기를 꾸미려면 빨강, 블루, 녹색 등 2, 3가지 계열의 색상을 섞어 연출하면 된다. 계절별 색상은 생활수준의 향상과 외식산업의 확장과 함께 식공간 연출 전반에 대한 인지도나 선호도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하는 핵심인 셈이다.
"식공간은 주부의 센스에 따라 얼마든지 계절을 연출할 수 있는 거죠. 요즘 같은 봄엔 노란색과 연두색, 여름에 시원한 블루계열, 가을엔 갈색 계통, 겨울에 흰 눈을 연상하는 화이트와 짙은 회색 등을 연출하면 가정 내 식탁에 계절감각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아직 생활 속 깊숙이 테이블세팅이나 푸드 코디네이션이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 매김하고 있진 않지만 대형식당이나 커피점의 경우 인테리어와 테이블세팅이 조화를 이루면 재방문율 또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식업 전반에 걸쳐 푸드스타일링을 고객 마케팅에 응용한다면 고객의 욕구와 경쟁적 우위를 보다 많이 충족시켜줄 뿐 아니라 지역 외식산업도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 씨는 이번 연구의 분석결과를 대구'경북에 한해 조사함으로써 한계점을 지닐 수는 있으나 향후 범위를 확대해 표본의 광범위한 수집을 통해 연구를 계속 진행한다면 더 나은 분석과 지역 관광 및 외식산업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했다.
성덕대에서 전임교수를 역임한 이 씨의 이번 '식공간 연출기법 및 인지도가 소비자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는 대구가톨릭대 디자인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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