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6일. 대구공항에서 불과 1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중국 상하이 푸둥국제공항. 택시를 타고 상하이 한인타운인 홍치엔루(虹泉路)로 가자고 하자 기사가 한국 사람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답을 하자 미소를 띠며 여러 가지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어! 이상하다. 평소와 다른 중국 상하이 택시기사 모습이다. 이곳의 택시기사는 쌀쌀하기 그지없는데…. 달라진 이유는 곧 밝혀졌다.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 때문이었다. 도착할 때까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중국 택시에서도 금연인데 담배를 권하며 불까지 붙여 준다.
홍치엔루에는 놀라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 통닭집 앞에 100여m의 긴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두 달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평소 안면이 있던 닭집 주인은 튀김 기계 2대로 장사했는데 지금은 6대로 닭을 튀겨도 주문을 소화 못 한다고 한다. 이런 대박은 닭집뿐만이 아니었다.
한국 식품점에는 라면, 김, 소주, 과자, 김치 등 한국 식품의 매출이 급상승했고 평소에도 불고기, 떡볶이, 삼계탕 등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이지만 '별'이 몰고 온 광풍은 한인타운인 홍치엔루를 관광지로 바꾸어 놓았다. 상하이의 중국인들이 '별' 이후 이곳으로 관광을 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달 8일 김수현이 중국 장쑤성 한 위성방송에 출연했다. 8시간 체류에 출연료 5억, 그리고 전용기까지…. 같은 날 필자도 난징에서 장쑤성 연예집단과 영화제작과 공연합작 협의 중이었는데 화제는 김수현의 난징 방문이었다.
역시 공연합작 문제로 항저우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중국 아가씨가 중국의 유명한 동영상 사이트인 요쿠(優酷)에서 '별'을 시청하고 있었다. 항저우에서 만난 극장 관장 역시 첫 화제는 '별'이었다.
중국에는 새로운 배우의 출현이 없고 늘 그 배우가 그 배우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배우가 출현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문화예술계는 시대의 변화와 인민의 욕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존재하는 중국의 검열제도가 좋은 작품 생산에 걸림돌이라고 중국 공산당원인 극장 관장이 열변을 토한다. 중국 영화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이달 5일부터 13일까지 베이징에서는 중국 최고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회의 및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렸다. 중국의 권력 서열 6위인 왕치산(王岐山) 상무위원 겸 중앙기율위원회 서기가 여기서 베이징 인민예술극장장의 보고를 받으면서 한국드라마 '별'을 극찬했다.
중국을 이끄는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앞으로 중국 문화예술계의 큰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중국 지도부도 인민의 시대적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정치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지는 대사건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장금'부터 시작되어 K-POP, 합작영화, 1%대 시청률이면 대박이라는 중국에서 5%대 시청률을 기록한 TV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그리고 최근의 '별' 열풍까지 한류가 휘몰아치고 있지만 이 열풍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고 발전시켜야 하는 고민도 같이 시작되어야 한다.
공연중심도시를 표방하는 대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다. 연 17%의 성장과 2020년에는 4조 규모의 세계 거대 공연시장으로 성장할 중국의 공연시장과 이와 연계한 관광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대륙에서 부는 거대한 문화와 관광의 열풍에 한국은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그 속에 대구도 있다. 특화된 문화예술관광 콘텐츠로 무장하여 선도적으로 대응할 것인지, 아니면 구경꾼으로 남을 것인지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별' 열풍을 '대구에서 온 그대' 광풍으로 바꾸기 위해 문화와 관광을 바라보는 시각을 '추격형'이 아닌 '선도형'으로 바꿔야 한다. 세계 10대 도시인 베이징, 상하이가 외국 도시라기보다는 대구와는 채 2시간도 걸리지 않는 '인접 도시'라는 발상의 전환을 하면 작은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친 몸이지만 '별'이 몰고 온 열풍을 지속 발전시키기 위해 밤을 새워 회의하고 고민하는 상하이 한인타운 교민의 모습을 현지에서 보았다. 그들은 또 다른 모습의 '한국에서 온 그대'였으며 애국자였다.
이상원 (국경없는 문화공사 대표'문화콘텐츠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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