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복지와 모순

지난달 26일 서울의 세 모녀가 생활고를 겪다가 동반자살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흡한 복지 전달 체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민의 사회보장과 사회복지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가의 의무다. 복지 정책과 예산이 늘면서 국민들의 복지 만족도도 함께 높아져야 하지만 현장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이러한 복지 정책의 의도와 국민 만족도 사이의 괴리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복지모순'에 있다.

모순(矛盾'Contradiction)은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맞지 않거나, 양립하지 못하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정책이 추진 과정에서 복지모순 때문에 오히려 문제를 야기시키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복지모순 현상 중에 대표적인 것이 사회복지 정책의 운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순 현상이다.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동일한 수혜자에게 정부-시'도-시'군'구가 각각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첩'이다. 동일한 대상에게 정부의 여러 부처가 각각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복'도 있다. 복지 서비스 제공이 최종 수혜자에게 올바르게 제공되지 못하는 '누수 현상'과 정부가 계속 복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혜자는 현재의 수준에 머무르게 되는 '빈곤의 악순환' 현상도 있다. 그리고 허위로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는 '복지사기'와 서비스 수혜자가 국가의 지원에 의지하면서 자활'자립 의지를 포기하는 '복지 의존증'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서비스 수혜자인 기초생활수급자가 정부 지원으로 차상위 계층보다 실질소득이 더 많아지는 '소득 역전' 사례도 일선 복지 현장에서 목격된다.

복지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다. 복지에 대해 국가의 개입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복지국가는 2차 세계대전으로 피폐해진 사회를 수습하는 데 뛰어난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공공 부문의 과도한 복지 정책과 재정지출로 인해 복지국가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복지국가 위기론'이 대두됐다. 최근에는 사회복지 부문에도 시장 원리를 도입하자는 생산적 복지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복지국가가 산업생산을 위축시키고 노동력과 투자를 감소시키며 빈곤층을 증가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국내에서 불거진 복지 논쟁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이슈가 됐던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쟁에 이어 올해는 기초연금 지급 방식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포퓰리즘과 맞물려 복지의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고 있다. 이는 복지 문제의 핵심에서 비켜서 있다. 복지의 방향에 대한 국가적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정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본질적으로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이제 사회복지는 국가복지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변화했다. 복지는 인간의 문제다. 복지라는 말은 '공공', 즉 함께(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 돕는 공동체, 상부상조, 네트워크, 연대의 과정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복지국가'라는 개념이 강했고 복지는 국가가 담당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이는 국가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서구의 복지 선진국들은 복지 과부하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복지모순을 해결하려면 공공 복지의 개념을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 복지 공급자를 국가와 시장 영역, 자발적 영역으로 나눠볼 때 복지국가는 이들 공급자 중에서 국가의 역할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이제는 국가의 역할을 줄이면서 복지 공급자 간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복지를 국가 독점의 기능이 아닌 '사'(私)가 '공'(公)의 기능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행정적으로 만들어 민간과 공공 부문이 함께하는 '공공복지'의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동룡/경상북도 문화예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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